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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95건

  1. 2012/03/30 하이킥3, 해피엔딩 아닌 허무엔딩, 시청자 농락당한 결말 (2) by 들까마귀
  2. 2012/03/23 더킹, 삐뚤어진 엄친아 이승기, 연기력 대폭발한 3분 (17) by 들까마귀
  3. 2012/03/21 드림하이2와 청춘불패2, 5% 시청률 재앙이 준 교훈 (3) by 들까마귀
  4. 2012/03/16 해품달, 풀리지 않은 숙제, 발연기가 선물한 교훈 (3) by 들까마귀
  5. 2012/03/15 해품달, 제작진의 뻔한 비법공개, 마지막남은 반전의 열쇠 by 들까마귀
  6. 2012/03/13 해품달, 김응수의 우직함. 김수현을 살린 연기력 (2) by 들까마귀
  7. 2012/03/07 해품달의 사장님 뒤통수치기, 시청률도 포기한 결정 (5) by 들까마귀
  8. 2012/02/10 해품달의 자체 스포일러, 비극적인 결말의 힌트 (6) by 들까마귀
  9. 2012/02/08 해품달, 울수밖에 없는 사랑, 시청률 폭발시킨 비밀 (11) by 들까마귀
  10. 2012/02/07 한반도, 황정민과 김정은, 배우인생 최악의 선택 (4) by 들까마귀
  11. 2012/02/02 해품달, 늘어지는 속도. 시청자 배신하는 꼼수 (7) by 들까마귀
  12. 2012/02/01 드림하이2의 함정, 발연기보다 불편한 진실 (5) by 들까마귀
  13. 2012/01/27 해품달, 정체불명의 한가인, 노출도 막지못한 논란 (5) by 들까마귀
  14. 2012/01/26 해품달의 사라진 20분, 시청자 화나게한 거짓말 (13) by 들까마귀
  15. 2012/01/20 해품달, 나쁜남자 김수현, 상식 파괴했던 첫등장 (8) by 들까마귀





예정된 계획에 맞추어 깔끔하게 매조지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이정도면 됐으니 만족하라는 것 마냥 대충 내던져진 결론. 그런 어수선함과 흐지부지한 완성도 때문에 납득하고 만족하기보다는 이게 뭔가 싶은 허탈함. 하이킥 시즌3의 결말을 본 소감은 이런 식의 텁텁함. 혹은 찜찜함입니다. 무언가 해야 할 말이, 정말하고 싶었던 것이 더 있었음에도 성급하게 덮어버린 것 같은 괴이함이 남는 결말이었던 거죠. 마치 등 떠밀린 것만 같은 어색함.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에는 차라리 허탈엔딩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끝마무리였단 겁니다.




어쩌면 김병욱 PD에겐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이 어색하기만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의 마무리를 굳이 ‘해피’에 방점을 둔다면 그렇단 거죠. 갈라놓고, 헤어지고, 심지어 죽음에 다다르는 시트콤답지 않은 결말을 보여주었던 그에게 하이킥 시즌3의 마지막은 애매모호한 도착점이었으니까요.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아무도 죽지 않았고, 누구도 슬픔과 그리움으로 힘겨워 하지 않았고, 열린 새로운 미래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로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끝맺음이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가 펼쳐 놓은 사람들의 인생사는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했습니다. 지석과 하선의 러브 라인은 그럭저럭 이어지며 끝을 보았지만, 다른 이들의 연결고리들은 급작스럽게 미래의 꿈을 이야기한다던지 엉뚱한 상상으로 치부한다던지 하며 굉장히 비겁한 회피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중심인물들이 이러하다 보니 다른 소소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몇 회에 걸쳐 조금씩 이들의 삶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말해주기는 했지만 그저 곁가지일 뿐. 그냥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결론으로 대충 이어붙인 마무리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이번 시즌만은 비극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엄청난 압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시트콤 사상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반전과 비극으로 남을 하이킥 시즌2의 여파를 아직도 기억하는 시청자들 앞에 또 다시 죽음이나 결별의 마무리를 보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았겠죠. 시즌3의 마무리가 다가올수록 시청자들과 언론의 관심사는 과연 이번에도 죽음으로 마무리 될 것인지, 누가 결별의 아픔을 겪을 것인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상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이런 해피엔딩에 대한 간절한 기대가 결코 납득할 수도 깔끔하지도 못한 대충의 마무리까지 원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과 같은 대충 얼버무리는 것으로 끝을 내는 것은 차라리 일정부분 납득할 수 있었던 배신의 슬픈 결말보다 훨씬 더 불성실합니다. 무려 123회의 시간동안 애정을 가지고 그간의 행보를 지켜봐 준 시청자들이 원한 것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절대 헤어져서는 안 된다는 강제적인 결말의 요구가 아닌 각자가 납득할 수 있는 끝. 그간의 이야기가 나름의 설명과 근거를 가지고 이해될 수 있도록 마무리되는 것을 바랐던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부디 시트콤만은 웃음과 행복한 결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소박한 바람은, 이렇게 다들 잘되고 결국은 만나고 각자가 희망을 가지며 끝나니까 이젠 됐냐는 식의 어설픈 결말로 응답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찝찝한 해피엔딩. 다들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하는데 뭔가 농락당한 그런 기분. 수많은 기대와 의구심, 애증으로 시작한 하이킥 시즌3은 갈수록 힘에 부친 진행을 보여주며 헉헉거리다 결국은 마지막까지 깔끔한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끝나버렸습니다. 시즌1대의 활력을, 차라리 시즌2 당시의 충격이 그리웠던 사람은 아마 저 뿐만은 아닐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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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이승기는 황제입니다. 비단 1박2일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와 캐릭터 때문만은 아닙니다. 가수부터 시작해서 예능과 드라마의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빼어난 성과를 거둔 진정한 만능 재주꾼이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성과 그 이상의 의미. 이 청년이 가진 진정한 매력인 진정성. 이른바 엄친아라고 불리는 성실함과 올곧음에 대한 대중들의 엄청난 신뢰와 호응이 바로 그 호칭의 진정한 이유이죠. 다양한 계층, 지역,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승기에게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발견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청년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으라면 단연 그의 이름이 호명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 청년은 겉보기와는 달리 굉장히 똑똑하고 심지어 능글맞습니다. 적어도 드라마 속 자신의 배역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더더욱 그렇죠. 이승기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린 반듯함과 올곧음, 착실함과 성실한 매력은 그동안 그가 소화해왔던 작품 속 캐릭터와 거의 일치하지 않습니다. 처음 본격적인 연기에 발을 들여놓은 ‘소문난 칠공주’에서부터 그는 대책 없는 뺀질이. 귀엽기는 하지만 결코 모범생이라고는 할 수 없는 철부지가 이승기가 걸어온 작품 속 모습입니다.

‘찬란한 유산’에서 그는 잘난 집안만 믿고 자신의 멋대로 살아가는 나쁜 남자였습니다.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부잣집 철부지였죠. 심지어 신작 ‘더 킹 투하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승기는 드디어 왕족이 되어 자신의 철없는 연기를 마음껏 뽐내고 있습니다. 점점 더 신분이 상승하고 작품이 그에게 의지하는 빈도도 더 높아지고 있지만 연기자 이승기의 캐릭터는 일정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좋은 집안, 잘나가는 배경을 가진 번듯한 남자지만 어딘가 뒤틀려 있거나 철이 없는 망나니. 삐뚤어진 엄친아가 이승기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돌림노래와 같은 캐릭터 반복은 비판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감탄과 칭찬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평소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그렇기에 늘 신선해 보이는 장점덕분이기는 합니다. 이승기 같아 보이지 않은 인물을 이승기가 연기한다는 것 자체로도 분명한 볼거리이자 감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낯섦을 뛰어넘는 역량의 발전이야말로 진짜 이유라고 해야겠죠. 같은 인물의 재탕이란 비난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깊이와 성장을 매번 보여주며 연기자로서의 성숙을 그 스스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품달이 떠난 이후 치열한 전쟁터가 되어 버린 수목 드라마의 초반 승기를 잡은 더 킹 투하츠의 1회를 장식한 사람은 단연 하지원입니다. 그녀의 압도적인 에너지와 섬세함은 왜 그녀의 출연작이 매번 성공가도를 거두는지를 확연하게 증명해주었죠. 하지만 2회를 주도한 사람은 단연 이승기입니다. 꿈속에서의 일을 상기시키며 하지원에게 각종 굴욕을 안기고, 결국은 눈물까지 흘리게 하는 이승기의 모습은 그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었죠. 남자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깐죽거림의 최대치. 과연 이보다 얼마나 더 얄밉게 보일 수 있을까 싶은, 악역에게나 느낄 수 있을 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남자 주인공이라니. 당연히 그 연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장이죠.


 

자신의 최대 강점인 엄친아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비틀면서 결국은 다시 개과천선하는 착한 남자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해주는 밀땅. 좋은 스토리와 제작진을 고를 줄 아는 안목, 매번 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끌릴 수밖에 없게 해주는 연기력의 성장. 이 청년의 연기와 배역 선택은 늘 보면서 그 현명함과 똑똑함에 감탄하게 합니다. 단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 한 가지. 더 킹 투하츠는 그에게 또 다른 성장과 도약이 발판이 되어 줄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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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시청률 5%. 서서히 발을 빼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골머리를 썩이며 연일 조기폐지 프로그램의 수를 늘리고 있는 종편 방송사들에게는 꿈에서나 달성할 것만 같은 환상 속의 시청률입니다. 하지만 이런 한자리 수의 성과는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는 KBS가 잘나간다는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며 야심차게 시작했던 프로그램의 결과라기엔 처참한 실패입니다. 그것도 한 번의 실험과 일정한 수준의 성공을 거친 이후에 또 후속으로 내민 속편의 결과물이 고작 이 정도라면 더더욱 그렇죠.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드림하이2와 15회를 방송한 청춘불패2는 그 화려한 출발도, 그들의 초라한 성과도 나란히 쌍둥이처럼 닮았어요.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습니다. 드림하이2나 청춘불패2 모두 전작에 비해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이들로 출발했습니다. 확실한 에이스가 누구인지를 딱 꼽을 수 있을 만큼 확고한 팬 층의 지지와 환호를 이끌어 낼만한 이들이 보이지 않았고, 이런 부실한 출연자 명단은 미숙한 발연기나 어색한 예능 적응 과정을 욕하면서도 보는 충성도를 기대하기엔 훨씬 모자랐습니다. 전작들의 출발 시점에 쏟아졌던 무수한 연기 혹평이나 예능 부적응에 대한 비판은 도리어 적었지만, 이런 너그러운 시선과 인내심은 이들이 유난히 잘했다기 보다는 사실상 무관심이나 외면 덕분에 화제에 많이 오르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맞붙었던 경쟁작들의 완성도나 여전히 아쉬운 편성 시간대의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드림하이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갈수록 힘이 붙고 있는 강적 ‘빛과 그림자’의 위세에 눌리기도 했고, 확실한 웃음과 재미의 포인트를 가지고 있던 ‘샐리리맨 초한지’에게도 화제성을 빼앗겼습니다. 토요일 밤 11시라는 극악의 편성은 아이돌 문화의 소비층이 시청하기엔 매우 불리한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드라마의 경쟁은 자신의 대진 운을 탓하기엔 언제나 치열하기 나름이고, 청춘불패2의 편성 시간은 전작의 금요일 밤 11시와 비슷한 조건입니다. 다른 외부 조건의 탓만 하기에는 시청률 5%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자체적인 문제점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이죠.


아이돌 중심의 드라마, 예능 기획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노출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무슨 작품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우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어떤 이들을 어떤 모습으로 출연시킬 것인가가 선행되는 기이하게 비틀린 전제조건이 만든 문제란 거죠. 이 두 프로그램은 방송 내내 무슨 이야기를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 나갔는지의 내용에 대한 것보다는, 누가 무엇을 했느냐에 훨씬 더 큰 방점이 찍혀져 있었습니다. 애국가나 동요를 불러도 화제가 되는 아이돌들에게 정교한 이야기 전개나 치밀한 방송 콘셉트는 다음 문제였다는 거죠. 그저 이들 어린 재능들의 반짝거림과 그것에 환호하는 팬들에게만 의존하는 기획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단 겁니다.



게다가 이들 초보 연기자, 예능 도전자들을 뒷받침해주어야 할 도우미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드림하이2의 성인 연기자들은 철저하게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며 또래 연기 초보들의 구심점이 되어 주었어야 하는 강소라는 전작 김수현의 든든함과는 거리가 먼, 그녀 스스로도 잘못 만들어진 괴이한 민폐 캐릭터 소화에 벅차하며 도리어 방송 내내 논란과 비판의 중심이 되었죠. MC로서 흐름을 잡아주고 각각의 조화를 이끌어주어야 했던 청춘불패2의 이수근은 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진행 연습으로 활용하며 그나마 살릴 수 있는 웃음의 포인트마저 깎아 먹고 있습니다. 오버진행으로 흐름을 깨먹는 붐이나 여전히 병풍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현우는 왜 출연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구요.


그러니 설득력 있는 개연성도 의미도 없이 그저 출연자들 매력 발산에만 급급한 엉망인 대본, 초보 투성이인 아이돌들을 붙잡아 줄 중심도 없이 사정없이 흔들이는 출연진들로 구성된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 일겁니다. 아이돌 위주의, 아니 아이돌 의존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무책임한 기획이 될 수 있는지를 역력하게 보여주는 방송이었어요. 그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는 것,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 전부를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왕 어린 재능들을 활용할 셈이라면 좀 더 멋지고 정교한 무대를 마련하고 제대로 놀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드림하이2와 청춘불패2는 이런 준비 없이 그저 전작의 소소한 성공에만 눈이 멀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들을 무시해버렸습니다. 이런 날림 기획 덕분에 시즌을 이어가며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었던 통로가 막힐 위험이 처했습니다. 시청률 5%의 결과는 아무런 준비나 성의도 없이 잘나가는 아이돌만 믿고 프로그램을 만들다가는 이렇게 속절없이 망해 버린다는 소중한 교훈만 선물해 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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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무난한, 예상 가능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별다른 반전이나 깜짝 쇼도 없는 조용한 결말이었죠. 양명과 중전, 윤대평과 그 무리들처럼 죽을 것이라고 예고되었던 이들은 줄초상을 맞이했습니다. 중전의 자리는 본래의 주인인 연우에게 돌아왔습니다. 민화 공주는 죄의 대가를 치루고 용서를 받았구요. 다소 밋밋하기는 하지만 크게 불만을 가지기도 어려운, 원작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안전한 끝맺음. 시청률 40%를 넘나든 화제작의 마지막 1시간은 격렬하기보다는 편안한 연착륙이었어요.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전날 방송의 숨 가쁜 내용 전개에 비해 마지막 국면의 흐름은 극의 하이라이트인 양명의 반란이 마무리된 이후 예정된 결말을 향한 다소 늘어지는 속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연성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아쉬운 완성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역모의 장면은 군사의 수도, 그들을 동원한 방식의 세밀함도 부족함 투성이었으니까요. 국가의 명운을 다투는 대사를 이다지도 허술하게 준비하는 반란군이나 20회 내내 외척 세력에게 끌려 다니던 휜이 무슨 힘으로 깔끔하게 매조지할 수 있는 세력을 준비할 수 있었는지, 무엇보다도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죽기 위해 마련한 자의적인 양명의 최후 장면은 너무 지나쳤습니다. 하나하나 따지다보면 너무 헐거운 이음새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런 모든 허물들을 덮어준 것은 배우들의 열연입니다. 김수현은 이제 성인 연기자로서 자신의 프로필을 찬란하게 빛내줄 작품을 만났고, 당당한 주연의 무게감을 자랑했습니다. 하이킥의 화려한 등장 이후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정일우는 쾌남아 양명으로 반등의 기회를 잡으며 연기자로서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죠. 해품달 성공의 일등 공신인 김영애와 김응수의 악역 콤비, 정은표나 전미선을 비롯한 관록의 배우들이 보여준 명품 연기도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선물은 김유정과 여진구를 비롯한 여러 아역들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 것이에요.




그리고 한가인이 남습니다. 해품달의 엄청난 성공이 그녀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오랜 연기자 활동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인상적인 성공작을 가지지 못했던 그녀는 드디어 시청률 40%의 초대형 히트작을 자신의 출연작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그것도 여자 주인공의 자리를 수행했고, 첫 번째 사극 나들이였다는 점에서 그녀의 출연은 무척이나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그렇지만 그녀의 총기는 캐스팅의 선택 이후에 급격하게 사그러들었습니다. 미모는 다시 한 번 인정받았을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이어진 발연기 논란과 실망스러운 배역 소화 능력은 연기자로서의 역량을 의심받게 만들었으니까요.




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자 해품달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한가인의 연우는 마지막까지도 결국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일의 매듭을 풀고, 드디어 가족과 해우를 하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못하는 동일한 밋밋한 톤으로 감동의 포인트를 까먹어 버렸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을 보고 오열하는 어머니 앞에서도, 스승이자 친구였던 오라버니 앞에서도, 원수이자 친구였던 시누이 공주 앞에서도, 심지어 중전이 되어 휜과 첫날밤을 보내는 순간에도 한가인의 연우는 똑같이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할 뿐입니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2012/02/09 - 해품달, 왕따 자초한 연기력, 약점이 들통났다.) 전 한가인의 연우에게선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이미 다 끝난 마당에 왜 마지막까지 지적질이냐구요? 하지만 좋은 것이 좋은 것이고,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지나가면 된 것이라 넘어간다면 우린 또 다시 훌륭한 드라마에서 천만원대의 출연료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제 역할을 찾지 못하는 연기자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미흡하고 실망스러운 것은 그것대로 평을 하고 기억하는 것이 또 다른 참사를 막는 일이니까요. 해품달이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한가인의 연우였습니다. 부디 이런 식의 미스 캐스팅은 다른 작품에선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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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인기 있는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쉽게 빠지고 마는 이유 없는 연장 결정에는 결사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애초의 계획을 벗어나 완성도를 저해하는 시간끌기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돈벌이로만 이용하려는 꼼수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해를 품은 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고 있자면 이 작품에게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마지막 회를 앞둔 1회의 내용에 너무나도 많은 내용들을 성급하게 쏟아냈고, 충분히 담아야 했던 의미와 즐거움을 포기해버렸으니까요.


 



원작에서 가장 절절한 사연을 품고 사라진 설에게는 조금 더 감정을 쌓을 수 있는 여백이 주어졌어야 합니다. 화염에게 달려드는 눈송이의 운명을 가진 그녀의 가슴 속 아픔과 순정을 보여주기엔, 그동안 이 드라마는 염을 향한 설의 마음을 너무 소극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자객의 칼을 맞고 쓰러져 염의 품에 안긴 마지막에 와서야 긴 독백과 고백으로 슬픔을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원작의 내용을 접하지 못하고 드라마만을 시청한 이들에게 설이 염에게 품고 있던 연정의 깊이와 애절함이 전달되기엔 그동안 너무나 많은 내용과 감정들이 생략되어 있었어요.


운의 사연은 또 어떠합니까. 서자의 신분으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오랫동안 연모해왔던 연우에 대한 마음마저도 접어야만 했던 이 그늘 속 사나이의 삶 역시도 너무나 간편하게 정리되어 버렸습니다. 양명과 운, 염 이 세 사람의 연대와 우정의 온기도 드라마 초기에서 잠시 언급되었을 뿐, 이후에는 별다른 진척도 부각도 되지 않고 제거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운을 묘사해주는 차포가 다 떨어지고 남은 것은 양명대군과의 우정과 주군인 휜을 향한 충성 사이에서의 갈등이란 단순한 대립구도 밖에는 없습니다. 지금 해품달의 운은 그저 말없이 우직한 보디가드일 뿐이에요.





이렇게 여러 사연들이 급하게 마무리되는 와중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개연성과 현실감도 삐걱거립니다. 아무리 실각했다고는 하지만 왕실의 큰 어른인 대왕대비가 독살 당했건만 진상 조사에 대한 분부, 적어도 장례나 삼년상 같은 애도의 움직임은 낌새도 보이지 않고, 궁중에는 별다른 영향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이에 대한 반응도 전무합니다. 왕의 종친인 공주와 염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필요한 내용만이 부각되고 나머지 잔가지 내용들은 과감하게 생략되고 무시당합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속도감과 긴장감이지만 그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재미와 감동의 코드, 현실감과 설득력의 손해도 만만치 않아요.



결국 남은 것은 단 하나. 사랑하는 동생을 향해 칼을 겨눈 양명의 마지막 운명과 훤과 연우의 결말뿐입니다. 그리고 이 예정된 해피엔딩을 위한 뻔 하지만 작은 수수께끼이자 반전의 열쇠를 숨겨 두었구요. 바로 양명이 먼저 수결하며 모반의 참가자들에게 작성하게 만든 명부책.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양명이 휜의 탄탄한 왕권과 찬란한 미래를 위해 남겨준 피투성이의 선물이죠. 양명은 휜의 손에 최후를 맞이할 것이고, 수괴인 윤대평의 이름이 떡하기 기록되어 있는 형이 남겨준 반란자들의 명단은 휜이 제거해야 하는 인물들을 명확하게 알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처단과 감별 뒤에 연우는 자신의 자리인 중전의 위치를 회복할 것이구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편리하고 안전한 결말이죠.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예측 가능한 무난함이, 잔가지에 집중하는 세심함보다는 선이 굵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과감함이 해품달이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장점이기도 할 것입니다. 비록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뚝심 있게 휜과 연우의 로맨스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의외의 반전이나 강도 높은 추리게임보다는 어느 정도 긴장감만을 유지시키는 수준의 의문을 품게 해주는 것이 시청자들의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해준 것이죠. 방송 재개와 함께 결말을 앞둔 마지막 직전의 한 시간은 바로 이런 해품달의 미덕을 보여주는 내용 전개였습니다.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하다고 해도 마지막 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하는 힘. 해품달은 바로 그런 매력을 가진 드라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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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드라마를 즐길 때 유의해야 하는 문제. 우리는 너무나 손쉽게 정의의 편에서 감정이입을 하는 통에 그 작품의 성공 여부가 결국은 승리할 주인공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호소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격렬한 격돌이 일어나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가장 빛이 나야 하는 이는 어차피 최종 승리를 쟁취하게 되어 대리 만족을 줄 정의의 사도이기 때문이죠. 얼마나 멋들어진 주인공을 발굴하고,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느냐에 따라 작품의 인기가 좌우된다고 믿는 것이죠.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완전무결의 찬란한 주인공을 만들어 주는 것은 대척점에 서 있는 악의 화신입니다. 악과 비리, 부정과 타락을 일삼는 이의 존재감과 설득력이야말로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중요한 핵심적인 자리라는 것이죠. 정의를 포장하는 것은 쉽습니다. 응당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요. 워낙 어수선한 세상이고, 착한 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간직하며 사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그러진 세태라고는 하지만, 그가 올바른 길을 택하고 그 의지를 꺾지 않으며 사는 정의로운 삶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자체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당연한 상식입니다. 정의의 주인공을 구성하기 위한 명분 쌓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반면 악역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왜 어두움의 진영에 속할 수 밖에 없었는지. 탐욕과 욕망에 자기 자신을 모두 던져 버리며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악행을 거듭하는 타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선 필요한 장치들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사람이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내면의 아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권력, 혹은 사랑에의 욕망 같은 명분이 주어져야 합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악의 선택지로 등을 떠밀었던 이해할 수 있는 상황 묘사도 중요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그런 추악한 욕망 덩어리 자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줄 배우가 필요합니다. 해품달의 엄청난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살아 숨쉬는 악역을 구현해준 배우를 찾았다는 것이에요. 바로 김응수. 이 남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남자에게 향하는 찬사는 너무나도 미약합니다. 너무 당연한 기대치였기에 반응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유사한 배역을 여러 차례에 걸쳐 선보였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일까요? 물론 그는 추노에서도 가장 강력한 거악의 상징을 연기했었고 여러 편의 영화에서도 더 이상 악독할 수 없는 악역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를 품은 달에서 이 남자의 역량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에요. 1인자이면서도 2인자, 가장 비열하고 집요하면서도 제일 품이 넓은 기다림과 치밀함을 보이는 악인. 해품달의 이야기를 꾸미는 가장 강력한 축은 바로 김응수가 연기하는 영의정이거든요.





물론 어린 연인을 갈라놓은 비극의 시발점이자, 악의 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은 김영애가 연기하는 대왕대비입니다. 정통 적자에게 집착하는 모성과 자기 집안의 안위를 생각하는 탐욕이 절묘하게 어울러진 그녀의 연기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집착과 함께 내뿜어지면서 훤과 연우가 극복하기 어려운 암담한 장벽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그녀의 악독이 할머니나 궁중의 머리로서의 권위, 핏줄의 힘에 의지한 것이고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주술의 힘에 의지하는 것이라면 영의정 김응수의 연기 호흡은 보다 조직적이고 대범하며 절묘합니다. 김영애의 힘이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는 당당함이라면, 김응수의 악은 어떤 때에는 고개를 조아리고 어떤 이에게는 가차없이 칼을 휘두르는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포기하지 않는 남자는 왕족에게는 친근함과 은은함을, 자기 사람에게는 큰 어른으로서의 풍모를, 적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러 가지 모습을 다양하게 배치시킵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함에도 각 면모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유려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욕망을 구성하죠. 휜에게 있어서 완전한 고립과 절망을 느끼게 해준 제일 강력한 적은 바로 영의정 김응수의 존재감이에요. 이런 거대한 적의 존재가 없다면 김수현의 분노와 고뇌, 오열과 의지는 결코 나올 수 없습니다. 해품달에서 김수현을 키우고 그 절절함을 살려준 것은 바로 김응수의 연기력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마지막까지 양명을 끌고 들어가 찝찝한 해피엔딩을 선사할 이 남자는 언제나 그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연기력의 보증수표입니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모든 찬사는 그를 상대했던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의 것이었죠. 마땅히 이 괴물 같은 배우는 그 노력과 역량에 걸맞은 칭찬과 찬사를 받아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해품달이 종영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일 많은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김응수. 이 우직한 악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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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이야 어떠하든지 간에 모든 일에는 그 목적을 표장하기 위한 명분이 있고 정당화를 위한 근거가 있는 법입니다. 서로가 대립하는 가치나 이익을 추구하거나, 누군가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격돌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의 대립과 정당화는 더욱 더 격렬하게 부딪치기 마련이구요. 승부의 성패는 누가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여 눌러 이기느냐, 결국 누가 더 쎄냐라는 단순한 우열 따지기로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해도, 명분과 정당화의 격돌은 최종적인 승리를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거든요. 의미 없는 승리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또 다른 반발로 인해 뒤집히기 일쑤니까요.




MBC의 파업이 예상했던 대로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사태 수습이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각종 징계를 통한 사측의 압박과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고강도의 탄압이 이어지고 있죠. 그와 동시에 이번 저항의 움직임은 KBS와 YTN, 연합뉴스로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어 이 문제는 현정부가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서 사용하고자 했던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한, 그리고 방송사와 언론이 본래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위치를 되찾고자 하는 광범위한 저항 운동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많이 벌고 많이 얻어내기 위해 사측과 대립하는 밥그릇 싸움이 아닌,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가치의 문제. 존재의 싸움이 된 것이죠.


이 저항의 대오엔 지위여하가 없습니다. 저항의 시발점이었던 보도국의 사람들에서부터, 국장급의 고위층은 물론이고, 회사의 간판이었던 아나운서들, 제작의 핵심인 PD들을 위시한 작가진과 촬영 스텝들까지 MBC를 구성하는 중추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죠. 이들이 비운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서 별의 별 재방송과 특집 방송들이 전파를 타고 있고, 방송 화면의 하단에는 황급한 구인광고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그야말로 비상시국. 지금의 MBC는 겨우겨우 방송 내용을 메우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결국 현재 MBC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히트작 해를 품은 달까지 이번 파업 대열에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드라마가 작품 외적인 문제로 결방되는 초유의 사태. 작품의 선장인 김도훈 PD의 파업 동참 선언으로 종영을 불과 2회분을 남긴 상태에서 촬영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죠. 당장 이번 주 방송분은 스페셜 편성이라는 꼼수로 어떻게 넘어간다고 예고했지만, 파업의 장기화가 뻔 한 지금의 상황에서 이 작품의 결말이 언제 방송을 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훤과 연우 두 사람의 사랑의 결착은 양명의 결단이나 영의정의 반란, 혹은 바른 정치를 향한 훤의 확고한 의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 MBC 사장님의 결정에 달린 문제가 되어 버렸어요.


그동안 파업에 맞서는 자신의 정당성과 명분으로 해품달의 인기, 무한도전이나 나는 가수다의 선전을 내세웠던 사장님의 명분에 뒤통수를 때린 파업 동참 결정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홍철과 하하의 대결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김태호 PD의 파업 참가 동영상을 보고 있고, 김영희 PD의 복귀로 시즌2을 예고했던 나가수는 이젠 화제에서도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품달을 비롯한 드라마들까지 휴업을 선언한 지금 더 이상 사장님이 자신의 덕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지 않아요. 이들 프로그램의 인기와 시청자들의 성원은 결코 사장님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며 그들이 직접 항변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물론 이러한 격렬한 저항과 올바른 요구에도 불구하고 MBC를 비롯한 방송언론 바로세우기라는 목표의 달성은 여전히 긴 시간과 인내, 고통을 감내한다 해도 이루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절대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또 다시 좌절하고 원상태로 돌아가는 아픔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기다리고 갈망해야 하는 것은 해품달의 결말이 아닌, MBC의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결승점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의 급작스러운 결방은 아쉬울 따름이지만, 보다 큰 목표와 명분을 위해 시청률도 포기한 이들의 파업을 격렬하게 지지합니다. 사장님의 얼얼해진 뒤통수는, 시청자들의 거센 분노와 저항 때문에 더욱 더 쌔게 얻어맞게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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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가진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이 드라마의 원작을 구입해서 읽거나, 조금만 발품을 팔고 부지런히 검색만 한다면 이 이야기의 결말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각색이 덧붙여질 것이고, 다소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그 전체의 얼개와 마지막까지 완전히 바뀌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기에 해를 품은 달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연 이들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궁금해 하며 굳이 이미 알려진 내용을 들추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살피며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만을 살펴보아도, 우리는 이 이야기가 결코 아름다운 해피엔딩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휜과 월은 갈라진 운명의 길을 다시 합치고, 왕과 무녀의 구분을 넘어서고, 수많은 방해와 고난을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빼앗긴 휜의 옆자리를 월, 아니 연우가 되찾고 젊고 현명한 왕과 왕비가 다스리는 가상의 조선을 그리며 마무리될 수도 있습니다. 해품달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면 이 두 남녀 주인공의 결합이야말로 유일한 정답일 것이에요.




하지만, 과연 훤과 월이 본시 제자리를 찾아 함께 사랑을 이루는 결말이 그려진다고 해도 이것이 깔끔한 해피엔딩이라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절대 그렇게 되지 못합니다. 이번 12화의 내용은 해품달이 보여주는 사랑이란 결코 모든 것이 아름다워 질 수도, 전부 다 긍정할 수만도 없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비굴하며 일그러진 것이라는 것을 소상하게 보여 주었으니까요. 그것도 각기 다른 인물들. 양명, 중전, 공주의 세 입장을 차례로 그 내면까지 소개시켜주면서 말이죠.



양명은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자입니다. 욕망할 수 없고, 소유할 수 없고, 의지할 수도 없습니다. 왕에게 가장 위협적인 자이면서, 동시에 가장 충성해야 하는 자. 그렇지만 너무나도 무력한 인물. 그런 양명에게 연우는 유일하게 가지고자 했던 욕망이자 소원이었고, 연우와 똑같은 모습으로(뭐... 그렇다고 칩시다.) 다시 나타난 월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되찾고 싶은 또 한 번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연우를 휜에게 보냈던 것처럼 월을 향한 사랑은 또 다시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그런 그에게 휜과 월의 사랑을 응원하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 결과야말로 최선의 것이라고 말한다면 과연 행복한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중전에게 휜은 가지고 있지만 가지지 못하는 끊임없는 갈급함입니다. 국모의 자리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욕구 같은 당연한 내면의 욕망조차도 절제할 것을 요구하고, 작은 발언, 조그만 행보조차도 권력의 비정함과 위험함에 의해 통제되고 가다듬어집니다. 이런 감옥 같은 궁궐에서 그녀의 사랑은 의지할 곳을 잃고 삐뚤어지고 왜곡되어 버립니다. 연심을 품었지만 응답받지 못하고, 결국 다른 곳을 향해 있는 님의 연심을 이용해 몸뚱이라도 품으려 하는 그녀의 행동을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 그녀가 훤과 월의 사랑을 응원하며 행복하라고 깔끔하게 승복할 수 있을까요?


공주는 또 어떻습니까. 어쩌면 해품달에서 가장 순수하고 강렬하고 지고지순한 연정을 품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철부지 공주님입니다. 지아비 허염을 향한 이 애틋함은 그 어떤 장애물도 가로막지 못합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행복한 이들의 삶은 그녀가 허염을 얻기 위해 했던 외면과 침묵 때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고 있습니다. 그 과거의 잘못이 발각된다면 과연 허염은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요? 그 가정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공주의 사랑은 휜과 월의 결합을 위해 결국은 깨어져야만 하는 사랑입니다. 해품달의 해피엔딩이란, 결국 공주에게는 비극의 시작일 뿐이에요.




아시겠나요? 해품달의 사랑이란 모두가 좋은 것이 좋지 라며 다 같이 행복하게 끝나는 동화 속 해맑은 결론을 결코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도리어 나의 사랑은 누군가의 눈물, 아픔, 괴로움 덕분에 가능한 것임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결국은 욕망과 질투, 괴로움과 견딤의 격돌이 해품달이 다루는 사랑이란 감정입니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깔끔한 해피엔딩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그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나는 과정을 가슴 아프지만 똑바로 바라보고,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뿐이죠. 지극히도 냉정하고 노골적인 사랑이야기. 누구도 양보할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한 운명적인 사랑. 해품달은 바로 이런 드라마입니다. 이 지독함이, 용서없음이, 그럼에도 결국은 경쟁하고 희생시키고 챙취하는 이 지독한 사랑이야기가 우리를 매혹시키는 것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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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슬픈 사랑이야기. 모두를 그 애절함과 먹먹함에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그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조각은 무엇일까요. 서로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보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절망과 장벽. 피와 증오로 점철된 양 집안간의 격렬한 대립, 시공간의 거리에 의해 벌어진 불가능에 가까운 소통과 만남의 어려움, 인종과 문화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갈등, 귀천의 다름이 만드는 하나 될 수 없음. 이 모든 넘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움이 바로 비극을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은 파죽지세의 시청률 상승을 보여주고 있는 해를 품은 달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이런 비극을 만드는 장치들을 총동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는 사극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상황들을 매우 적절하게 배치시키고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유들을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어딜 감히 이들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은 일들이 점점 더 늘어만 가지만, 그런 고통이 더욱 더 강력해지면 강력해 질수록 시청자들은 그 사랑을 응원할 수밖에 없거든요. 휜과 연우의 사랑은 너무나 비극적이기에 너무나 강렬해요.


과연 해품달처럼 신분의 격차를 강조한 사극이 있었을까요? 추노 속 노비의 삶이 보여주는 모멸감과 소상함도 있었지만, 해품달이 보여주는 낮고 천한 것에 대한 비하는 직접적이고 훨씬 더 감정적입니다. 사람을 눈앞에 두고 단순한 부적일 뿐이라며 도구 취급을 하며, 왕의 생존을 위해 대신 저주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낮은 자를 살고 죽이는 생사여탈의 권리가 윗사람에게 있음을 자연스럽게 수긍하고 그렇기에 더더욱 권력에 집착하며 노골적으로 다투고 쟁취하려 합니다. 밟아야 살아남는 추악함. 아랫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멸시와 모멸은 해품달이 그리는 조선시대의 자연스러운 풍경이에요.

이렇게 결코 뒤처질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권력 다툼은 해품달의 갈등을 잉태시킨 시작입니다. 왕을 사이에 둔 대왕대비와 영의정을 위시한 권문 세력과, 허염과 연우 집안으로 대표되는 사림 세력의 대립은 중전 간택을 두고 벌어진 저주와 음모의 소용돌이를 만들며 두 연인의 이별을 만들어 줍니다. 작게는 양 집안의 대결, 보다 크게는 결국 어떠한 세력이 왕의 옆에서 힘을 확보하는가를 둔 추악한 힘겨루기이죠. 이들의 대립에서 관용과 용서, 화합과 어우러짐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저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는가 만이 결과로 남는 잔혹한 파워게임이죠.



그리고 이런 격돌 속으로 무속의 차별까지 끼어듭니다. 신과 접하는 존재. 필요에 따라 가장 날카로운 칼이자 제일 든든한 방패의 역할을 하는 무기. 하지만 권력자는 물론이고 일반 천민에게조차도 멸시와 모멸을 당하는 가장 낮은 신분의 무녀라는 자리는 해품달의 품고 있는 또 다른 비극의 조각입니다. 왕과는 말조차 섞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무녀의 자리는 두 연인 사이에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지존인 휜과 부적인 월의 관계는 그냥 왕에게 붙어 있는 부적에 불과해요.


게다가 월은 주술과 약에 의한 죽음의 충격으로 기억마저 잃어 버렸습니다. 순간순간 떠오른 기억을 자신의 신기로 치부해버리며 사랑의 기억을 상실해버린 그녀는 연인을 되찾기 위한 실마리마저 너무나도 희미합니다. 이 때문에 두 연인의 사이에서 흘러버린 시간이 만든 격차마저 더더욱 절절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외형과 신분만이 변해 버린 것이 아니라, 그나마 붙잡으며 조금씩 다가가며 찾아가야 할 출발점인 과거의 기억까지도 소멸해버렸으니까요.





거기에 삼각 관계, 그것도 핏줄이 얽히고 섞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두 왕자들은 모두 연우를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이 사랑에는 왕권이, 형제간의 우의가 겹치며 주위를 어지럽힙니다. 게다가 그 연우의 오라비를 공주가 사랑합니다. 새로운 중전은 연우를 잊지 못하는 왕을 연모하고 질투합니다. 이들의 사랑은 그 화살표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고 엇갈리고 외면하고 포기하면서 파열음을 만들어내고 슬픔과 괴로움, 집착과 고통을 생산해 냅니다. 다른 모든 상황을 배제하고, 그저 이들 사이의 관계만으로도 충분한 갈등과 슬픔이 뿜어져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많은 비극의 조각들이 전혀 억지스럽지도, 과장스럽지도, 넘치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엮기면서 두 남녀 주인공 사이의 사랑을 방해하고 갈라놓고 괴롭힙니다. 시청자들은 이 무수한 장애물들이 원래 있었던 것처럼 받아들이지만, 그 엄청난 장벽의 두께를 절감하며 더욱 더 이 사랑이야기에 매료되고 응원의 함성을 보내는 것이죠. 이야기의 힘. 설정의 중요함을 이 드라마처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는 사랑. 이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을 기대하며 그 구원을 바라도록 만드는 힘. 해품달의 진정한 인기 비결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어준 일등공신은 바로 훌륭한 원작과 그것을 더욱 더 애절하게 만들어준 제작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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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셨나요? 아직도 종편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방송되고 있습니다. 두 달이 넘은 지금 대부분의 언론들로부터 별다른 관심도, 시청자들에게 호응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꾸역꾸역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고 나름의 시도를 하고 있죠. 출연자들의 면면들만 본다면 공중파 프로그램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다루는 소재들도 나쁘지 않은 것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런 그럴싸한 포장에 비해 별다른 알맹이를 찾아볼 것들이 없기 때문이죠. 마치 엄청나게 화려하다고 포장은 해두었지만 결코 그 안에서 직접 살수는 없는 모델 하우스를 구경하는 기분이에요.





창립기념 드라마라는 거창한 구호와 함께 (뭐 사실상 모든 프로그램이 다 ‘창립기념’이기는 합니다만) TV조선의 야심작, 한반도가 드디어 처음으로 전파를 탔습니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채널로 몰려들고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이른바 킬러 콘텐츠가 될 것임을 기대하며 이래저래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정성을 기울인 결과물이었죠. 100억의 제작비, 황정민과 김정은을 위시한 막강한 출연진, 한반도의 남북 대치 상황을 두고 벌어지는 애절한 사랑이야기. 각 소재들만 본다면 당연히 관심이 쏠릴만한 이유가 많았습니다. 이른바 소문난 잔치였던 셈이죠.


방송사의(아주 너그럽게 이 채널을 정상적인 방송사라고 인정해 준다면) 지원 역시도 막강했습니다. 자회사인 조선일보는 물론이고 여러 인터넷 신문에서도 나름 애를 쓰며 홍보 자료에 근거한 기사들을 쏟아냈었습니다. 방송 당일에는 대한민국의 정통 보수 언론을 자처하며 올바른 보도야말로 진정한 자신들의 임무이자 가치라고 웅변하던 이들이 뉴스 시간까지 바꾸어 가면서 이 프로그램에게 유리한 시간대를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방송 이후에도 각 포털 사이트에선 실시간 검색어의 상위권에 오르내렸고요. 그래서 결과는 어땠냐고요? 무려 종편 동시간대 1위. 시청률 1% 중반이라는 대박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100억대 드라마의 아주 깔끔한 출발이었죠.





비꼼이 너무 심했나요? 많은 이들이 예고하기는 했지만 대재앙이 시작되었다는 말입니다. 케이블 기준으로 1% 시청률은 대박이라고 하지만 이런 시청률로 100억대의 기존 공중파 방송국도 힘겨워할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짧은 미니시리즈도 아닌 2012년 전체를 이끌어 갈 무려 50회를 예고하고 있는 이 장편에게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에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뭐 TV조선은 그러고 싶겠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광고주들이 넓은 아량으로 선심성 수주를 해줄까요?


갈수록 나아지리라. 조금만 버티고 있으면 작품의 완성도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1회를 보고 난 뒤에 느낀 감정은 그간 대부분의 종편의 프로그램에서 느꼈던 헐거움, 진부함을 그대로 공유하고 있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제작비를 짐작할 수 있는 볼거리는 적지 않았고, 배우들의 면면도 굉장했지만 작품 속 인물들의 캐릭터는 너무나 뻔했고,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의 여부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예측 가능하더군요. 그냥 이런 배경으로 만들어진 쉬리 이후에 여러 번 반복되었던 남남북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의 또 다른 복사본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러니 이제 문제는 작품의 전면에 나선 배우들에게 남았습니다. 황정민과 김정은이란, 혹은 이순재, 김영철 같은 좋은 배우들이 이런 무관심 드라마에게 발목이 잡혀 2012년을 날려버릴 위험에 직면했으니까요. 물론 고작해야 4회로 종영을 예고하고 있는 다른 종편 프로그램 더듀엣처럼 끝까지 50회를 채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설혹 끝까지 마무리를 다 한다고 해도 대형 드라마를 완주시키지 못한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100억대 제작비가 들어간 시청률 1% 드라마의 주연이란 꼬리표는 결코 자랑스러울 것 같지 않아요.


가능성이 매우 적기는 하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어떨까요? 2%대를 넘지 못한 종편의 굴욕을 극복하고 무려 4~5%대의 시청률을 안착시킨다면 이런 멍에가 조금은 가벼워질까요. 아니 이왕이면 10%의 전설로 남는다면 종편의 험난한 상황을 극복하게 해준 그야말로 개국공신과도 같은 위대한 배우로 찬사를 받게 될까요? 천만에요. 만의 하나 그런 성공이 가능하다고 이들은 태생적으로 잘못된 시작이었던 종편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악역으로 또 다른 형태의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성공을 해도 문제라는 것이죠.




이들로서는 잘해도 비난을, 못하면 굴욕을 얻는 피할 수 없는 배우인생 최악의 패를 선택한 셈입니다. 그저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대중들의 외면과 비난을 각오한 뒤에 남는 것은 최소한의 개념도 없는 영혼 없는 배우라는 주홍글씨와 특정 언론사 사장님의 총애뿐입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 한심스러움과 실망을 넘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시청자들은 빠르게 잊고 쉽게 용서해 준다지만 이런 대중들의 너그러움만을 의지하기에는 지금의 상황은 조금 심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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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묘사한 것처럼 유력한 우승 후보의 리듬을 조절해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는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적어도 두 달이상의 시간동안 한 드라마를 이끌고 가는 장기 레이스에서도 호흡 조절은 필요합니다. 줄기차게 달리기만 하면서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라고 다그치면 금세 여력을 다해 완주하지 못하는 마라톤처럼, 드라마에서도 생각을 정리하거나 내용을 이어붙이기 위한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거죠. 정신없이 휘몰아치다가도 조금은 멈추어 서서 그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문제들을 출발시키는 강약 중간 약의 적절한 배치가 긴장을 더욱 더 배가시키고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강하게 유인할 수 있단 거죠.



그런데 이런 긴장의 이완과 숨고르기의 목적이 내용의 원활한 전달과 전체 구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도리어 싫증과 지겨움을 불러오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시원하게 쭉쭉 뻗어나가던 내용 전개가 갑자기 힘을 잃어버리거나, 지루한 장면과 상황이 반복되거나 한다면 이런 식의 속도 늦추기의 의도가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보는 것이 당연하거든요. 인기 드라마라면 언제나 직면하게 되는 문제. 촬영 분량 부족과 연장 방송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의혹이 그것입니다.



수목드라마는 물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모든 드라마 중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해를 품은 달의 현 상황은 이 작품이 누리고 있는 인기와는 정 반대의 절박함 투성이입니다. 아역과 함께 시작했던 촬영 분은 매우 빠르게 소진되었고, 성인 연기자로서 전환한 이후에 이미 촬영과 편집을 위한 충분한 준비와 여유를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촉박한 일정에 쫒기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인터뷰에는 벌써부터 고작해야 하루 1~2시간인 수면 부족에 의한 고통이 묻어나고 있고, 매 회가 끝날 때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준비 부족에 의한 옥에 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정신없이 찍고 내보내고 있단 거죠.



 

이런 전쟁 같은 촬영 현장은 MBC의 오락가락하는 요구 때문에 더더욱 극의 완성도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파업으로 인한 방송 편성의 파행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느닷없는 해품달 80분 연장 예고로 무마하려는 꼼수 때문에 더욱 더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2012/01/26 - 해품달의 사라진 20분, 시청자 화나게한 거짓말) 80분은 커녕 오히려 평소보다 더 빨리 끝난 것 같이 겨우 분량을 맞춘 방송이었으니 의도하지 않게 시청자들에게 낚시를 한 셈이었으니까요. 지금 해품달은 회사의 절박한 요구도 들어 줄 수 없을 만큼 마감에 쫒기고 있다는 반증이었죠.




하지만 이런 현장의 피로도는 모른척하면서 해품달의 인기에 취한 MBC는 벌써부터 연장 방송 이야기를 솔솔 풍기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MBC 수목 드라마의 절망적인 스코어를 반등시킨 해품달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고자 하는 그야말로 꼼수입니다. 이미 광고도 완판 되었다고 하고, 모든 언론의 관심이 해품달에게 쏠리고 있는 상황이니, 이미 생방송처럼 진행되고 있는 촬영 여건은 모른 척 한체 이를 기회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겠다는 작품의 질과는 아무 상관없는 탐욕스러운 기획이죠.


이런 절박함은 작품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휜과 연우의 재회가 전달해주어야 하는 설렘, 연우가 잃어버린 기억을 회복하는 과정, 시간을 뛰어넘은 등장인물들의 관계 재정립 등등의 해야 할 이야기가 많은 지금의 상황이지만 이번 주의 해품달은 느긋하기만 했거든요. 평소에는 종영 직전의 드라마에서나 반복되었던 과거 회상 장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서로간의 거리, 답답하기만 한 이야기 전개 속도는 그동안 기세 좋게 속도를 내던 극의 속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렸습니다. 이런 호흡조절이 과연 숨을 고르기 위한 잠시 멈춤이었을까요?





그냥 촬영이 방송 분량을 점점 더 따라잡기 힘들어지고, 그 와중에 연장에 대한 압박이 슬슬 풍겨오고 있으니 벌써부터 내용 늘리기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더군요. 언제 끝나는지 시계를 보며 초초해하던 압박이 확연하게 사라진 지루함. 혹은 반복하기가 시작되었던 방송이었습니다. 물론 그래도 인기는 끌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매혹되어 버린 시청자들이 대다수이고 해품달을 능가하기엔 경쟁자들의 힘이 현저하게 떨어지니까요. 하지만 이런 식의 꼼수는 이 드라마를 아끼고 사랑해준, 일주일을 수목 저녁을 기다리는 낙으로 버텨온 시청자들을 배신하는 짓입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해품달은 준비 부족으로 황급하게 분량만 때운 돌림노래고, 내용만 쭉쭉 늘어뜨린 밋밋한 연장방송이 아닌 처음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과 긴장의 해품달입니다. 이렇게 여유와 배짱을 부리기엔 해품달은 이제 고작 9회가 방송되었을 뿐입니다. 인기를 얻었다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잘나가던 드라마들이 망가질 때 뿜어져 나왔던 배신감처럼, 드라마를 향했던 시청자들의 사랑은 분노와 불만으로 돌아올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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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 드라마에서 영혼을 울리는 연기를 기대했던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는 사람은 뻔뻔하고, 보는 사람은 민망했던 시즌 1에서의 참담했던 첫 출발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은 수준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아주 소박한 팬심이 이 시리즈를 기다렸던 이들의 솔직한 기대였었겠죠.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1,2회의 첫 주 방송분이 끝난 지금 이런 기대는 일정부분 충족되었다고 보는 것이 공정한 평가일 겁니다. 빼어난 연기력에 감탄하기에는 이들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자체가 무척이나 얄팍한데다가 별다른 사건 사고보다는 복잡한 인물들 소개에 할애했던 시간이 더 길었으니까요.





그냥 그들이 보여주는 대로 보고, 좋아하는 아이돌들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쳐주는 것에 만족하는 드라마. 드림 하이 시즌 2의 기대치는 딱 그  정도까지 입니다. 다른 드라마라면 모르겠지만 애초에 이들 출연자들의 연기 자체가 본업에서 벗어난 작은 일탈에 불과한 드림 하이에서 발연기를 트집 잡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이 아이돌 출연의 학예회를 기획한 의도를 모른척하거나 아니면 그런 시도 자체에 불만을 가지는 것에 불과해요.





하지만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그들이 갈등과 문제의 시작점으로 설정한 배경 자체가 무척이나 위험한 시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죠. 아이돌 자신들의 삶 일부를 투영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드림 하이에서 이런 식의 접근은 굉장히 일방적이고 삐뚤어진 시각을 시청자들에게 동의할 것을 주장합니다. 바로 청소년 시기의 혹사가 당연한 것이고, 거대 기획사에 의한 훈련과 기획이 스타가 되길 원하는 모두가 선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왜곡, 혹은 현실 인정이죠. 드림 하이라는 드라마가 지금의 아이돌 세상을 만들어준 지금의 편중된 구조를 용인하고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란 우려가 강하게 느껴지는 시작이었어요.


갈등의 출발은 미성년 연예인들의 활동을 규제하는 이른바 미성년자 특별 보호법, 미특법이라고 불리는 법안이 발효된 상황에서 이에 반발하는 주인공들의 일탈과 반항입니다. 만인의 숭앙을 받아야 하는 ‘아이돌’이 되었든, 거리 공연으로 재능을 뽐낼 기회를 찾는 락밴드의 일원이든 그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이런 규제 자체에 강한 의구심과 거부를 나타내는 것이죠. 그 와중에 이런 일탈에 의한 소속사와 방송국의 갈등, 출연 금지, 강제적인 휴식의 상황이 이어집니다. 보호라는 명목의 활동 금지. 이 드라마가 표방하는 미특법에 대한 반응은 대충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일까요? 아직도 성장기에 있는 이들에게 충분한 수면과 휴식, 적절한 영양 공급도 보장하지 못하고, 꿈을 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화려함 이면의 가혹한 혹사를 당연시하는 것이 정말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요? 적어도 미성년자들에게는 일정한 제제를 통한 휴식과 재충전을 보장하고, 그에 걸맞은 방송 기준을 만들 것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하고 일방적인 제한일까요? 오히려 하루에 2시간 정도 자고 있다며 쓸쓸하게 하루 일정을 고백하는 아이돌들이 넘쳐나는 지금의 현실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드림하이에서 이런 미특법에 가장 격렬하게 반항하는 주체는 기획사나 방송사가 아닌 이 제한으로 해택을 보게 될 아이돌들 자신입니다. 내 자신이 선택한 길을 왜 거추장스러운 규제로 막아서냐는, 자신은 물론 후배들까지도 장기적으로는 해택을 볼 수 있는 체질 개선을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규제로 취급하는 것이죠. 그 와중에 강소라를 비롯한 기린예고의 학생들은 어떻게든 유명 기획사의 오디션에 붙기를 원하며 어설픈 주술도 감행하고, 현재의 착취와 혹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모순되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렇기에 저는 이 드라마가 몹시나 불편합니다. SBS의 K팝스타는 물론이고(2012/01/03- K팝스타의 불편하고 명백한 한계, 위험한 생명연장의 꿈), 거대 기획사가 직접 제작에 나선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거나 기존의 아이돌들이 의외의 영역에 도전하며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보다 공고화시키고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는 홍보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아요. 저는 이런 숨겨진 의도가, 아이돌들이 스스로의 현실을 정당화하며 현실의 괴로움을 외면하는 배경이 그들의 학예회 같은 발연기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답답합니다. 그들의 영역은 존중해 주어야 하지만 이런 식의 정당화는 너무 지나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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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액받이 무녀로 들어와 자신의 침상을 지키고 있던 연우를 쓰러뜨리며 내뱉은 휜의 외마디 질문은 바로 저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은 환상의 존재로 아른거리는 연우, 월의 존재를 향한 애틋함 때문이 아닙니다. 지나가버린 시간, 달라진 신분 격차를 뛰어넘는 인연의 끌림이 주는 혼란 때문도 아닙니다. 아마도 작가가 의도했을 이런 공감의 감정들 때문에 연우의 정체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란 거죠. 전 그냥 배우 한가인이 궁금했습니다. 그녀가 왜 그렇게 연기하고 있는지, 그 의도를 도통 알 수가 없었거든요.




무려 무녀입니다. 액받이라는, 다른 이의 저주를 그냥 온몸으로 받아내기 위한 도구로 쓰여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인격도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저 부적 취급을 받는 최하층의 저열한 삶입니다. 아무에게도 연을 허락하지 못하고 이름도 부여받지 못해 기억을 잃은 아기씨로 불리는 삶을 4년이나 살아왔습니다. 천박함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지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태도가 보여야 하는 순간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당연히 발견되어야 하는 모습의 일면은 양가집 규수가 아닌 무녀의 신딸로서의 낮아짐, 그도 아니라면 혼란과 체념, 불안정함과 두려움입니다.


하지만 한가인의 월은 전혀 그런 어두움도 그림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매번 말은 자신이 천한 무녀라고 낮춤을 말하고,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음을 잘 아는 반응을 입으로는 말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가 무녀의 비루함과 비극을 표현하는 방식은 그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예의 자신의 전작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눈을 똥그랗게 뜨며 정면을 응시하는 것 밖에는 없어요. 이래서야 사람이 아닌 부적임을 용인하는 그녀의 체념과 수용의 모습이 전혀 이해되지를 않아요.



현재는 무녀이지만 비록 기억은 못한다 해도 한때 세자빈의 반열에까지 올랐던 사람이니만큼 자신의 총명함과 호기심, 우아함을 겸비한 타고난 성품을 가릴 수는 없기에 그런 것일까요? 그도 그렇지 않습니다. 별다른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말의 어조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이상하게 잔잔하고, 흥분되는 상황에서는 갑자기 훈계조로 변합니다. 품위와 여유가 아닌 그저 대사를 그대로 재생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감정의 기복도 없습니다. 다들 이해하고 있는 사실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았나요? 적어도 지금 한가인은 연우를 확실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품어내야 하는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덜컹거림은 수시로 플래시 백되는 과거 회상 장면 때문에 더더욱 도드라집니다. 완벽하게 어린 연우가 되었던 아역들의 절절했던 기억은 시청자들에게 지금의 밋밋하고 어색한 연우가 아닌 다시 김유정의 연우였던 그 당시로 돌려놓으라는 바람을 자연스럽게 꺼내게 만듭니다. 어떻게든 아역과의 연결점을 끊고 지금의 성인 연기자에게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도와야함에도 과거를 잃어버린 연우가 그것을 되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반복되어야 하는 회상 장면이죠. 제작진으로서는 지금의 한가인에게 힘을 싫어주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 장면을 배제시킬 수도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져 버렸어요.


벌써부터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촬영 일정 탓에 방송국의 요구인 80분 확대 편성도 맞추지 못하는 형편에 배우들의 연기 지도는 꿈도 꾸지 못하는 형편일 겁니다. 지금의 절망적인 한가인의 연기는 주위의 도움이나 수정이 아닌 그녀 스스로의 발전으로만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하지만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앞으로도 회상 장면은 줄기차게 이어질 것이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김유정의 놀라운 연기와 어린 연우를 그리워하며 한가인의 밋밋함을 비난하게 될 것입니다. 제작진이 배우의 발연기를 돋보이게 부각시키는 아이러니이죠.



 

그리고 이 여파는 시청자들의 시선끌기로 삽입되었을 한가인의 목욕 신마저 별다른 화제를 불러오지 못하는 효과까지 불러 오고 있습니다. 사극에서 의당 되풀이되는 이런 식의 노출은 너무 속내가 뻔해서 식상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평소같으면 그래도 여주인공의 노출신으로 별의 별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발연기 논란을 잠시 잠재우겠지만, 지금껏 이렇게까지 외면 받은 여주인공의 목욕신이 또 있었을까요? 심지어 그 전회 김수현의 목욕신보다도 못한 굴욕적인 반응이에요. 이런 반응이 보여주는 포인트는 확실합니다. 지금 그녀가 해야 할 것은 이런 어설픈 노출이 아닌 연우로서의 삶을 투영해줄 연기입니다. 미녀 CF스타 한가인의 노출이 아닌 노련하게 후배들을 이끌며 극을 주도하는 여배우의 매혹적인 연기가 보고  싶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말 이러다간 까마득한 연기 후배를 인도하기는 커녕, 점점 더 빛을 내고 있는 후배 김수현에게 끝까지 묻어가게 생겼습니다. 그녀에겐 주목받지 못하는 노출 연기보다 이런 후배에게 연기로 묻어가는 상황이 훨씬 더 굴욕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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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현상은 심각하게는 금지 약물을 복용한 후에 겪는 치명적인 후유증, 가볍게는 먹고 싶은 음식을 끊었을 때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며 짜증을 유발하는 불쾌한 경험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의 고단한 일정을 마치고 집에 누워 편안하지만 흥분되는 경험을 선물해주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가끔씩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설램도 일종의 금단현상이죠.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음에도 조금만 더 오래 방송해주었으면, 끝난 지 몇 분도 안 되어 다음 주까지 또 어떻게 기다리지 하며 관련 기사와 반응을 체크하게 하는 마법. 잘 만들어진 작품 하나는 사람을 일주일동안 특정 요일만 계속 되었으면 하게 만드는 생활 리듬의 기준점이 되어주고는 합니다.




아역들의 괴물 같은 연기력과 사극을 배경으로 비극과 상상력을 결합한 잘빠진 수목드라마 해가 품은 달 역시도 벌써부터 이런 금단현상을 조금씩 시청자들에게 퍼트리고 있습니다. 이미 성인 연기자들에게 바턴을 넘긴 똘똘한 아역 배우들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벌써부터 원작에서 드러난 슬픈 운명의 사람들에게 애끓는 정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방송되었으면, 어서 빨리 수목이 돌아와서 다음 방송분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다림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상, 이 드라마는 실패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급작스럽게, 혹은 감사하게도 해품달의 방송 시간이 20분이나 늘리겠다는 경사가 예고되었습니다. 이번 주 7화는 아역들에게 익숙해져 있었기에 성인 연기자들에게 좀 더 천천히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길들여지기의 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누적되어 있던 갈등관계가 서서히 표면화될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해주는 국면이었죠. 제작진이 다루어야 하는 내용도, 시청자들이 새롭게 학습해야 하는 부분도 많았기에 이 여분의 시간은 무척이나 소중했습니다. 그렇게 따지기 전에 해품달을 20분이나 더 볼 수 있다는 예고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죠.




하지만 이런 시간 연장이 과연 축복일까요? 오히려 조금 뒤에 이어지게 될 엄청난 재앙의 예고가 아닐까요? 이번 연장 결정은 MBC 보도국 노조의 파업에 의한 불가피한 꼼수였습니다. 일선 기자들의 업무 공백으로 뉴스 자체가 제작되기 어려워지자 뉴스 뒤 프로그램인 해품달의 방송 시간을 황급하게 늘려 놓은 것이죠. 이런 공백은 오늘 내내 MBC 뉴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기존의 아나운서들이 교체되기도 하고, 현장 자료나 구체적인 뉴스보다는 단신으로 짤막하게 대체되는 방송사고급 뉴스들이 반복되었죠.


어차피 보지도 않는 뉴스, 해품달만 오래 볼 수 있으면 무슨 상관이냐구요? 보도의 공정성 회복이나 편파적인 뉴스 보도의 문제점 같은 골치 아픈, 혹은 일부의 주장일 수 있는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구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귀를 기울어야만 한다는 딱딱한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MBC 기자들의 파업에 정당성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별외로 하더라도, 해품달 드라마 자체에만 집중했을 때에도 과연 이런 파행 운영이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아니 가능은 한 것이었을까요?


이 드라마는 축적해놓은 촬영분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닙니다. 원작의 드라마 제작 소식은 애초부터 들려왔었지만, 남녀 주인공 캐스팅 모두 혼선을 겪었었고, 그 와중에 촬영 일정은 굉장히 빡빡한 상태로 시작했습니다. 아역들의 하차와 성인 연기자들의 촬영장 소식이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될 정도로 벌써부터 생방송 식 촬영과 편집의 위험을 앞두고 있죠. 그런 와중에 20분의 추가 방송분을 확보한다는 것은 제작진과 배우들에겐 지옥 같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도 만약 오늘 하루가 아닌 내일까지도 이어지게 된다면 그렇게 늘어난 40여분은 독립된 1화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분량입니다. 엄청난 추가 부담인 셈이죠. 이런 과부하는 앞으로 점점 더 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큰 대형 참사를 예고할 시한폭탄이 될 것이었어요.



게다가 이런 식의 과부화를 요청하는 업무량은 차지하고서라도 한회 60여분으로 깔끔하게 계산되어 있는 제작진과 작가들의 틀을 상당부분 무시하는 늘어진 전개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 더 느긋하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편집을 마무리하고 전후 맥락과 호흡 조절을 계산했던 기존의 60여분 방송 분량과는 분명 다른 사족 가득한 방송이 될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한 두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 전체의 균형감있는 전개에도 문제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편성 예고입니다. 그러니 방송사의 애타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품달은 도리어 지난주보다 적은 60분을 겨우 채우고 예고편도 완성시키지 못한 체로 힘겹게 7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방송국 지시도 맞추지 못했을까요. 시청자에게 이렇게도 낚시질을 해놓고 지키지 못했을까요. 시끌벅적했던 확대 편성 예고는 이전보다 빨리 시작해서 훨씬 더 빨리 끝내는 시청자를 속이는 얄팍한 조작 방송으로 끝나버렸습니다.




결국 전혀 상관없는 보도국의 사건 같지만, 이런 식으로 정상적인 방송국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아끼는 드라마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문제를 불러 옵니다. 굳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이 공정하고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도 각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괴상하게 일그러진 편성이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 좋아하는 드라마 하나도 똑바로 보고 즐길 수 없게 하는 꼼수로 가득 차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직시하고, 알아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단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20여분 더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다가 방송사의 낚시질에 허탈해한다면, 그리고 그 배후의 이런 문제들을 외면해버린다면, 우린 이 드라마를 좋아했던 이유와 장점들이 하나둘씩 무너져버리는 처참함을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작은 휴식이 되어 줄 드라마 하나 보는데에도 전혀 엉뚱한 문제 때문에 머리를 지끈거려야 하다니. 지금의 대한민국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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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민주주의 사회라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삶의 곳곳에 역사와 전통의 잔영들이 남아 있습니다. 종교의 힘이 강하다지만 신자들의 초점은 내세가 아닌 현실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공부를 통한 출세라는 입신양명은 전 세계가 놀라는 교육열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선출하고 뽑은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가 아닌 나라의 큰 어른, 혹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대통령이기보다는 왕이 되기를 원하는 묘한 기대감.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보다 과도한 책임을 묻는 풍토는 오랜 왕정 시대가 남긴,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독재 정부가 잔존시킨 기억의 흔적들이죠.




그래서 우리가 사극에서 만난 왕들 역시도 이런 아버지의 풍모를 풍기는 노년의, 적어도 중년의 어른이었습니다. 그것은 사극들이 다루고자 하는 시기와 사건들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그와 동시에 시청자들이 바라는 왕의 전형적인 모델이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고뇌하는 남자. 혹은 아주 노회한 고집 센 현인. 아주 가끔씩 단종이나 숙종을 그리면서 소년 왕이나 청년 왕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궁궐 내 여인들의 치마폭에 휩싸여 정신을 못 차리거나, 권력 다툼의 와중에 쓰러지는 힘없는 희생자가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개혁군주를 그렸던 이산의 미대형, 나름의 파격을 보여준 동이 지진희의 개그왕도 마찬가지의 30대 초반 아저씨였습니다. 가장 개성적이었던 세종의 한석규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이들 나라의 최고 책임자이자 백성의 아버지들은 그 개성이 전적으로 나라를 책임지기 위한 미덕의 일부로만 작용했습니다. 주위에는 여자들이 득실거리고, 그 누구보다도 유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못할 일이 없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에겐 수컷의 매력이 배제되어 있었어요. 빼어난 인격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존경할만하고, 혹은 패륜아의 삶을 보이기에 안쓰럽고 안타까울지언정 매혹되거나 반할만한 매력은 가지지 못했습니다. 시대와 공간은 다르지만 모두가 그 근본은 다 비슷비슷해보이는 미니미들. 너무나 식상한 연령대 왕들의 반복. 사극을 보면서 제일 익숙한 대상은 바로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품은 달은 이런 은연중에 생긴 법칙을 과감하게 깨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수많은 우려와 걱정을 너무나 빛나는 존재감으로 단숨에 사라지게 한 기린아 김수현이 새로운 길을 보여준 것이죠. 여전히 앳된 청년왕. 하지만 총명하고 시크하며 매력적이지만 순정적인 남자.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모두 이해하면서도 홀로 고고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매혹적인 국왕. 그야말로 남자라도 반해버릴 만한 나쁜 남자가 왕이 된 그림을 보여줄 수 있음을 예고하는 첫인상이었어요.


그다지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역 사상 최고의 연기라고 해도 좋을 올해의 발견, 여진구의 빼어난 열연을 이어 받아야 했습니다. 전작들에서의 활약으로 분명 능력을 인정을 받는 신예였지만 첫 번째 단독주연(물론 드림하이도 있었지만 이 팬들을 위한 거대한 이벤트를 드라마로 보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것도 첫 번째 사극이라는 우려 역시도 분명 있었습니다. 미지수의 신예와 젊은 연기자들로 가득한 해품달에서 과연 그가 드림하이에서처럼 중심을 잡아줄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조마조마했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이 놀라운 재능의 배우는 모든 걱정이 기우였음을 단 1회 만에 당당하게 증명했습니다. 눈빛 하나, 손짓 하나로도 광기와 절망을 품고 있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현실을 잊지 않는 균형감각을 품은이 격정적인 청년왕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노회한 어른들의 음흉한 심보와 계산을 모두 통찰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며 격정에 빠져 망가지지 않습니다. 세상을 비웃는 차가운 시선을 던지면서도 과거의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워하며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순정을 품고 있습니다. 한없이 어둡지만 동시에 한없이 따스한 남자. 많은 이들이 상상하는 나쁜 남자. 하지만 나한테만 착한 남자라는 로망을 확실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가 그것도 왕의 신분으로 등장한 것이죠.



무척 흥미로운 접근이고, 재미난 해석입니다. 자못 충격적인 첫 등장이었구요. 외형과 구조는 조선시대에서 빌려왔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의 공간인 해품달에서나 가능한 왕이거든요. 어디까지나 있었던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극의 테두리를 벗어난 자유스러움이 만들어준 파격. 시크한 청년 절대 권력자의 모습은 이 드라마를 즐기는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그 재미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김수현의 배우로서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구요. 너무 폭삭 늙어버리거나, 도저히 연결이 안되거나,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기에 아역이 그리워지는 연기를 했던 함께 등장한 성인 배역 동료들은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김수현 역시도 순간순간 다소 들떠 보였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그의 나쁜 남자 왕은 분명 미래를 기대해볼만한 주목할 만한 첫인상이었어요.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닌 한 사람의 당당한 배우라는 강렬한 자기증명. 물론 다른 모든 기회가 그런 것처럼 그 모든 결실은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고, 단 1회를 보고 마지막의 성과까지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겠지만 그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를 제대로 붙잡았습니다. 2012년 상반기는 김수현의 것이 될 것이라는 충격을 예고한 등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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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