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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계획에 맞추어 깔끔하게 매조지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이정도면 됐으니 만족하라는 것 마냥 대충 내던져진 결론. 그런 어수선함과 흐지부지한 완성도 때문에 납득하고 만족하기보다는 이게 뭔가 싶은 허탈함. 하이킥 시즌3의 결말을 본 소감은 이런 식의 텁텁함. 혹은 찜찜함입니다. 무언가 해야 할 말이, 정말하고 싶었던 것이 더 있었음에도 성급하게 덮어버린 것 같은 괴이함이 남는 결말이었던 거죠. 마치 등 떠밀린 것만 같은 어색함.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에는 차라리 허탈엔딩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끝마무리였단 겁니다.




어쩌면 김병욱 PD에겐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이 어색하기만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의 마무리를 굳이 ‘해피’에 방점을 둔다면 그렇단 거죠. 갈라놓고, 헤어지고, 심지어 죽음에 다다르는 시트콤답지 않은 결말을 보여주었던 그에게 하이킥 시즌3의 마지막은 애매모호한 도착점이었으니까요.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아무도 죽지 않았고, 누구도 슬픔과 그리움으로 힘겨워 하지 않았고, 열린 새로운 미래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로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끝맺음이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가 펼쳐 놓은 사람들의 인생사는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했습니다. 지석과 하선의 러브 라인은 그럭저럭 이어지며 끝을 보았지만, 다른 이들의 연결고리들은 급작스럽게 미래의 꿈을 이야기한다던지 엉뚱한 상상으로 치부한다던지 하며 굉장히 비겁한 회피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중심인물들이 이러하다 보니 다른 소소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몇 회에 걸쳐 조금씩 이들의 삶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말해주기는 했지만 그저 곁가지일 뿐. 그냥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결론으로 대충 이어붙인 마무리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이번 시즌만은 비극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엄청난 압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시트콤 사상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반전과 비극으로 남을 하이킥 시즌2의 여파를 아직도 기억하는 시청자들 앞에 또 다시 죽음이나 결별의 마무리를 보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았겠죠. 시즌3의 마무리가 다가올수록 시청자들과 언론의 관심사는 과연 이번에도 죽음으로 마무리 될 것인지, 누가 결별의 아픔을 겪을 것인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상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이런 해피엔딩에 대한 간절한 기대가 결코 납득할 수도 깔끔하지도 못한 대충의 마무리까지 원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과 같은 대충 얼버무리는 것으로 끝을 내는 것은 차라리 일정부분 납득할 수 있었던 배신의 슬픈 결말보다 훨씬 더 불성실합니다. 무려 123회의 시간동안 애정을 가지고 그간의 행보를 지켜봐 준 시청자들이 원한 것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절대 헤어져서는 안 된다는 강제적인 결말의 요구가 아닌 각자가 납득할 수 있는 끝. 그간의 이야기가 나름의 설명과 근거를 가지고 이해될 수 있도록 마무리되는 것을 바랐던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부디 시트콤만은 웃음과 행복한 결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소박한 바람은, 이렇게 다들 잘되고 결국은 만나고 각자가 희망을 가지며 끝나니까 이젠 됐냐는 식의 어설픈 결말로 응답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찝찝한 해피엔딩. 다들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하는데 뭔가 농락당한 그런 기분. 수많은 기대와 의구심, 애증으로 시작한 하이킥 시즌3은 갈수록 힘에 부친 진행을 보여주며 헉헉거리다 결국은 마지막까지 깔끔한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끝나버렸습니다. 시즌1대의 활력을, 차라리 시즌2 당시의 충격이 그리웠던 사람은 아마 저 뿐만은 아닐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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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노골적인 멘트의 독보적인 존재감 김구라가 흔히 말하는 표현처럼 물이 찼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이기는 합니다. 인기란 언젠가는 시드는 법이고, 제작진들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같이 일하자며 불러 줄지 모릅니다. 흐름을 탔다는 판단이 든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면서 스스로의 경험과 역량을 테스트해보는 것도 성장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타당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를 넘어서서는 안 됩니다. 바로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오래된 교훈이죠.


당연한,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현재 일주일에 방영되는 야외 버라이어티 중에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소화하는 예능 MC는 이수근이 유일했습니다. 천하의 국민MC 유재석도 무한도전과 패밀리가 떴다를 동시에 진행했을 때의 피로도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현재도 무도와 런닝맨을 병행하고는 있지만 게임과 추격전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런닝맨과 새벽잠을 깨우며 아침 미션을 도맡아 하고, 농어촌을 넘나들며 일을 해야 했던 패떴의 노동 강도는 비교할 바 안 됩니다. 이런 스케줄이 이어진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체력이 고갈되는 한계를 버티기란 쉽지 않아요.



현존하는 모든 리얼 버라이어티 중에서도 가장 체력 소모가 큰 1박2일과 설정 자체가 농촌 체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청춘불패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한 시도였다는 거죠. 게다가 잠깐의 체력 회복이나 딴청을 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승기의 하차와 예능 초보들로 가득한 상황에서 등떠밀리듯 1인자 역할을 해야 했던 1박2일, 애초에 여자 아이돌들의 중심을 잡아줄 것을 기대하며 투입되었던 청춘불패 모두 이수근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했던 프로그램입니다. 양쪽 모두 육체적 정신적 부담감이 엄청났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어요. 청춘불패2의 개편과 함께 내린 하차 결정은 이수근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하차가 아무런 상처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결코 회복하지 못할 수준의 치명적이고 불명예스러운 선택은 아니겠지만 그로서는 지금까지의 승승장구를 보이던 행보의 기세가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거든요. 청춘불패2의 몰락에는 분명 이수근의 MC로서의 역량 부족이 큰 이유를 차지합니다. 그는 그 많은 예능 초보들이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고, 농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원했던, 그를 캐스팅했던 제작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어요.

고작 시청률 5%의 프로그램에서의 하차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약점은 시즌1의 어수선함과 어설픔에서 그다지 개선을 보이지 못한 제작진의 부족함과 토요일 11시라는 어중간한 편성 시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여러 핑계거리가 있다고 해도 그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미숙함마저 가릴 수는 없습니다. 이수근은 상황을 만들고 캐릭터를 부여하고 흐름을 이끌면서 결론을 정리하는 1인자의 역할을 수행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했으니까요.



첫 방송 이후 16회가 지났건만 리얼 버라이어티에 필수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G8의 캐릭터는 여전히 희미하고, 서로간의 별다른 관계도 구축되지 못했습니다. 개개인의 능력과 인기에만 의지하는 밋밋한 방송이 되어 버렸습니다. MC로서 해야 할 1인자의 임수를 완수하지 못하고 후임자에게 책임을 넘긴 것이죠. 분명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그에겐 청춘불패2는 어울리기 힘든, 몹시 어색한 출연이었습니다.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조카뻘 아이돌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은 한참 뒤에나 겨우 형성되었고, 다른 두 남자 MC와의 호흡도 맞지 않았습니다. 두 젊은 삼촌들과는 달리 현지 어르신과의 공감대 형성과 친분 쌓기도 만족스럽지 못했죠.



무엇하나 완수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지금.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1박2일에서의 그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1인자 옆에서 보조 진행과 웃음 소재 제공에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정작 자신이 프로그램의 전면에 나서서 흐름을 이끌어야 할 때는 약점을 보이고 있죠. MC로서 현재 역량이 여기까지라는 냉정한 판단과 실망. 청춘불패2에서의 하차는 바로 이런 상처를 남겨 버렸어요. 새로운 프로그램의 참가를 고려했을 때는 자신의 위치와 역량에 대한 판단, 체력적 정신적인 투여와 유지의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뛰어들었어야 하지만, 청춘불패2의 1인자 자리 참여는 그에게 그런 꼼꼼함이 부족한 과욕이었어요. 이제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의 실패로 유력한 차세대 MC 후보의 자리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내상을 치유해야 하는 위치로 물러섰습니다. 1인자로서는 부족하고, 2인자로 활약하기에는 마땅한 자리를 찾기 어려운 어중간함. MC로서 이수근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입니다. 그는 너무 빨리 1인자의 자리로 올라 서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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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현재 MBC의 예능 프로그램 제작 과정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파업의 장기화로 PD는 물론이고 작가를 비롯한 핵심 구성원들이 모두 불참한 상황에서 고위 담당자들을 일선으로 끌어 내려 겨우겨우 방송분을 메꾸고 있는 형편이니까요. 하지만 지난 주말 예능본부 보직부장들까지 사표를 던지며 사퇴하면서 이마저도 힘겨워진 상황이 되었습니다. 비상 인력을 총동원하고, 지난 촬영분으로 어떻게든 방송분을 채우고, 이리저리 외주로 프로그램의 공백을 메워가며 버티는 것도 서서히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죠.



이런 땜질 처방의 여파는 현저합니다. 프로그램의 질과 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거든요. 최장기간 결방으로 오늘이 토요일 저녁인지도 까먹게 만들어버린 무한도전의 커다란 빈자리, 결승만을 남겨둔 위대한 탄생이 외면받고 있는 이유, 매주 핫이슈를 생산해내며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던 우리 결혼했어요의 침체와 지루함, 놀러와의 가장 큰 힘이었던 참신한 섭외와 구성이 사라진 원인 등등(오직 MC들의 확고한 개성과 프로그램의 스타일이 빛을 발하는 라디오스타만이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연예 프로그램의 모든 면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형편이죠.


그 중심엔 또 다시 밑도 끝도 없는 추락을 반복하고 있는 일밤이 있습니다.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에게 처참하게 눌리고, 런닝맨을 위시한 SBS 프로그램에게도 밀리는 암담한 상황을 벗어나 부활의 신호를 보여 주었던 일밤이 또 다시 종편 프로그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의 1~2%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죠. 나가수 시즌2를 예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획 단계의 논의 이외에 방송 재개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고, 나가수의 파트너가 되어 주어야 할 새로운 아이템 발굴은 시청자들에게 완벽히 외면받고 있습니다. MBC 파업의 정당성을 향한 시청자들의 지지, 그리고 본업에 집중해야 하는 이들을 거리에 나서게 했던 사장님의 명분없는 버티기가 만든 대형 참사인 셈이죠.


그리고 이런 소란과 갈등 속에서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정선희. 자신의 본업인 웃음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와는 이젠 너무나도 거리가 먼 지점에 속해버린 그녀가 일밤의 새로운 아이템 모색과 외주 제작으로 버티기라는 두 가지 수를 모두 달성하기 위한 꼼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리면서 또 다시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죠. 아니 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그녀를 외면해야 하는 명분을 한 줄 더 첨부하고 있어요.



지금 MBC와 일밤의 상황을 안다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 프로그램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현 정부 들어 점점 더 일그러지기만 했던 방송의 정상화라는 대의명분은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조에게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게 되는 다소 불편하고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이들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며 현 상황을 견디며 조속한 해결을 바라고 있구요. 그러니 아무리 해당 프로그램을 자신의 소속사가 외주 제작을 하고 있다고 해서, 혹은 의리나 부탁 때문에 잠깐 얼굴과 이름을 빌려주는 것이라고 변명한다고 해서 이들의 꼼수 프로그램 출연이 정당화되기는 힘들어요. 그들이 함께 일했던, 같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노력했던 이들이 거리에서 투쟁을 하고 있는 와중에 그 고생을 무마시키기 위한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은 아무리 정상을 참작한다고 해도 좋게 보일리 만무합니다.




하물며 정선희입니다. 그녀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한다거나, 다시는 방송 생활을 해서는 안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파업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들을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방송 출연 결정은 다른 누구보다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고, 조금씩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옳습니다. 가장 많은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녀 자신일 것이지만 정선희를 화면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일정한 마음의 여유, 이해를 위한 시간,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과 기회를 주는 것이 올바른 복귀의 순서거든요. 실제로 그녀도 여러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등장하며 조금씩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어두운 그림자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밤의 출연은 그동안의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 있는 어리석은 결정이었어요.



오랜 공백을 깬 주말 버라이어티 첫 입성 방송이 파업으로 엉망이 되어 버린 일밤의 땜빵용 외주 프로그램이라니.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의 다른 여러 참가자들 중에서 유독 그녀에게만 독한 화살이 날아가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태생적으로 그런 비판에 취약한 방송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명백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실패의 원인을 찾고자 하는 비판의 가장 손쉬운 대상이니까요. 가뜩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등장하기는 커녕 시민으로서의 개념도 의사도 없는 방송인으로 공격받기 쉬운 방송 출연 결정이었다는 것이죠. 누구도 원망하기 힘든, 어떠한 변명도 통용되기 어려운 실수입니다. 아무리 이해하려 노력해봐도 어리석기 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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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이승기는 황제입니다. 비단 1박2일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와 캐릭터 때문만은 아닙니다. 가수부터 시작해서 예능과 드라마의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빼어난 성과를 거둔 진정한 만능 재주꾼이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성과 그 이상의 의미. 이 청년이 가진 진정한 매력인 진정성. 이른바 엄친아라고 불리는 성실함과 올곧음에 대한 대중들의 엄청난 신뢰와 호응이 바로 그 호칭의 진정한 이유이죠. 다양한 계층, 지역,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승기에게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발견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청년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으라면 단연 그의 이름이 호명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 청년은 겉보기와는 달리 굉장히 똑똑하고 심지어 능글맞습니다. 적어도 드라마 속 자신의 배역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더더욱 그렇죠. 이승기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버린 반듯함과 올곧음, 착실함과 성실한 매력은 그동안 그가 소화해왔던 작품 속 캐릭터와 거의 일치하지 않습니다. 처음 본격적인 연기에 발을 들여놓은 ‘소문난 칠공주’에서부터 그는 대책 없는 뺀질이. 귀엽기는 하지만 결코 모범생이라고는 할 수 없는 철부지가 이승기가 걸어온 작품 속 모습입니다.

‘찬란한 유산’에서 그는 잘난 집안만 믿고 자신의 멋대로 살아가는 나쁜 남자였습니다.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에서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부잣집 철부지였죠. 심지어 신작 ‘더 킹 투하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승기는 드디어 왕족이 되어 자신의 철없는 연기를 마음껏 뽐내고 있습니다. 점점 더 신분이 상승하고 작품이 그에게 의지하는 빈도도 더 높아지고 있지만 연기자 이승기의 캐릭터는 일정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좋은 집안, 잘나가는 배경을 가진 번듯한 남자지만 어딘가 뒤틀려 있거나 철이 없는 망나니. 삐뚤어진 엄친아가 이승기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돌림노래와 같은 캐릭터 반복은 비판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감탄과 칭찬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평소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그렇기에 늘 신선해 보이는 장점덕분이기는 합니다. 이승기 같아 보이지 않은 인물을 이승기가 연기한다는 것 자체로도 분명한 볼거리이자 감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낯섦을 뛰어넘는 역량의 발전이야말로 진짜 이유라고 해야겠죠. 같은 인물의 재탕이란 비난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깊이와 성장을 매번 보여주며 연기자로서의 성숙을 그 스스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품달이 떠난 이후 치열한 전쟁터가 되어 버린 수목 드라마의 초반 승기를 잡은 더 킹 투하츠의 1회를 장식한 사람은 단연 하지원입니다. 그녀의 압도적인 에너지와 섬세함은 왜 그녀의 출연작이 매번 성공가도를 거두는지를 확연하게 증명해주었죠. 하지만 2회를 주도한 사람은 단연 이승기입니다. 꿈속에서의 일을 상기시키며 하지원에게 각종 굴욕을 안기고, 결국은 눈물까지 흘리게 하는 이승기의 모습은 그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었죠. 남자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깐죽거림의 최대치. 과연 이보다 얼마나 더 얄밉게 보일 수 있을까 싶은, 악역에게나 느낄 수 있을 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남자 주인공이라니. 당연히 그 연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장이죠.


 

자신의 최대 강점인 엄친아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비틀면서 결국은 다시 개과천선하는 착한 남자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해주는 밀땅. 좋은 스토리와 제작진을 고를 줄 아는 안목, 매번 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끌릴 수밖에 없게 해주는 연기력의 성장. 이 청년의 연기와 배역 선택은 늘 보면서 그 현명함과 똑똑함에 감탄하게 합니다. 단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 한 가지. 더 킹 투하츠는 그에게 또 다른 성장과 도약이 발판이 되어 줄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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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시청률 5%. 서서히 발을 빼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골머리를 썩이며 연일 조기폐지 프로그램의 수를 늘리고 있는 종편 방송사들에게는 꿈에서나 달성할 것만 같은 환상 속의 시청률입니다. 하지만 이런 한자리 수의 성과는 국민의 방송을 자처하는 KBS가 잘나간다는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우며 야심차게 시작했던 프로그램의 결과라기엔 처참한 실패입니다. 그것도 한 번의 실험과 일정한 수준의 성공을 거친 이후에 또 후속으로 내민 속편의 결과물이 고작 이 정도라면 더더욱 그렇죠.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드림하이2와 15회를 방송한 청춘불패2는 그 화려한 출발도, 그들의 초라한 성과도 나란히 쌍둥이처럼 닮았어요.





물론 변명의 여지는 있습니다. 드림하이2나 청춘불패2 모두 전작에 비해 다소 지명도가 떨어지는 이들로 출발했습니다. 확실한 에이스가 누구인지를 딱 꼽을 수 있을 만큼 확고한 팬 층의 지지와 환호를 이끌어 낼만한 이들이 보이지 않았고, 이런 부실한 출연자 명단은 미숙한 발연기나 어색한 예능 적응 과정을 욕하면서도 보는 충성도를 기대하기엔 훨씬 모자랐습니다. 전작들의 출발 시점에 쏟아졌던 무수한 연기 혹평이나 예능 부적응에 대한 비판은 도리어 적었지만, 이런 너그러운 시선과 인내심은 이들이 유난히 잘했다기 보다는 사실상 무관심이나 외면 덕분에 화제에 많이 오르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맞붙었던 경쟁작들의 완성도나 여전히 아쉬운 편성 시간대의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드림하이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갈수록 힘이 붙고 있는 강적 ‘빛과 그림자’의 위세에 눌리기도 했고, 확실한 웃음과 재미의 포인트를 가지고 있던 ‘샐리리맨 초한지’에게도 화제성을 빼앗겼습니다. 토요일 밤 11시라는 극악의 편성은 아이돌 문화의 소비층이 시청하기엔 매우 불리한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드라마의 경쟁은 자신의 대진 운을 탓하기엔 언제나 치열하기 나름이고, 청춘불패2의 편성 시간은 전작의 금요일 밤 11시와 비슷한 조건입니다. 다른 외부 조건의 탓만 하기에는 시청률 5%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자체적인 문제점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이죠.


아이돌 중심의 드라마, 예능 기획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노출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무슨 작품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우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어떤 이들을 어떤 모습으로 출연시킬 것인가가 선행되는 기이하게 비틀린 전제조건이 만든 문제란 거죠. 이 두 프로그램은 방송 내내 무슨 이야기를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 나갔는지의 내용에 대한 것보다는, 누가 무엇을 했느냐에 훨씬 더 큰 방점이 찍혀져 있었습니다. 애국가나 동요를 불러도 화제가 되는 아이돌들에게 정교한 이야기 전개나 치밀한 방송 콘셉트는 다음 문제였다는 거죠. 그저 이들 어린 재능들의 반짝거림과 그것에 환호하는 팬들에게만 의존하는 기획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단 겁니다.



게다가 이들 초보 연기자, 예능 도전자들을 뒷받침해주어야 할 도우미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드림하이2의 성인 연기자들은 철저하게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며 또래 연기 초보들의 구심점이 되어 주었어야 하는 강소라는 전작 김수현의 든든함과는 거리가 먼, 그녀 스스로도 잘못 만들어진 괴이한 민폐 캐릭터 소화에 벅차하며 도리어 방송 내내 논란과 비판의 중심이 되었죠. MC로서 흐름을 잡아주고 각각의 조화를 이끌어주어야 했던 청춘불패2의 이수근은 이 프로그램을 자신의 진행 연습으로 활용하며 그나마 살릴 수 있는 웃음의 포인트마저 깎아 먹고 있습니다. 오버진행으로 흐름을 깨먹는 붐이나 여전히 병풍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현우는 왜 출연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구요.


그러니 설득력 있는 개연성도 의미도 없이 그저 출연자들 매력 발산에만 급급한 엉망인 대본, 초보 투성이인 아이돌들을 붙잡아 줄 중심도 없이 사정없이 흔들이는 출연진들로 구성된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 일겁니다. 아이돌 위주의, 아니 아이돌 의존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무책임한 기획이 될 수 있는지를 역력하게 보여주는 방송이었어요. 그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는 것,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 전부를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왕 어린 재능들을 활용할 셈이라면 좀 더 멋지고 정교한 무대를 마련하고 제대로 놀 수 있도록 준비해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드림하이2와 청춘불패2는 이런 준비 없이 그저 전작의 소소한 성공에만 눈이 멀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들을 무시해버렸습니다. 이런 날림 기획 덕분에 시즌을 이어가며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었던 통로가 막힐 위험이 처했습니다. 시청률 5%의 결과는 아무런 준비나 성의도 없이 잘나가는 아이돌만 믿고 프로그램을 만들다가는 이렇게 속절없이 망해 버린다는 소중한 교훈만 선물해 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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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들까마귀







당연히 서툴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시작이라는 어정쩡한 출발을 보여준 1박2일 시즌2가 아무런 잡음이나 문제 없이 사뿐한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기대했던 이들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언젠가는 이전의 영광을 되찾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을 기존의 1박2일 팬들에게 남겨주면서 경쟁 프로그램으로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연착륙입니다. 지금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동시에 미래의 재미와 즐거움도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불안감을 줄이고 편안함과 익숙함을 쌓아가는 것. 결국 시간이 필요한 인내와 기대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쉽게 말하자면 좀 친해질 시간이 중요하단 말입니다. 우린 아직 새로운 멤버들의 면면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소개받지 못했습니다. 연기자로서, 혹은 가수로서의 일면을 접해온 나름의 인지도있는 연예인들이지만 이들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자신들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고유한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여러번의 여행과 미션 수행으로 저마다의 캐릭터를 장착해야 하니까요. 그런 차별적인 매력이 서로의 관계 속에서 숙성되고 조화를 이루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있어야만 합니다. 2주에 한 번 녹화라는 짧은 호흡 동안에 많은 것들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부담이에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방안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일요일 저녁 최고 시청률을 찍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지적할 것들이 더 많은 구멍 투성이니까요. 전작의 위세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어떤 경쟁 프로그램도 얻지 못한 엄청난 축복이지만 이런 유리함의 이면에는 결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장벽 또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즌 1의 성과만을 누리며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있다가는 점점 더 그 힘을 잃어가는 것을 피할 수 없을테니까요.


무엇부터 해결해나가야 할까요. 특정 멤버에 대한 편중이나 그와는 반대되는 침묵 같이 멤버들의 부조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제가 보는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1박2일 시즌 2은 시작과 기획부터가 전작의 굴레를 극복하고 스스로가 자유롭기 쉽지 않은 설정이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를 3회라고 하는 것 대신 전작의 숫자를 이어 받아 110회라고 아애 못박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거의 대부분 교체되고, 멤버들의 과반수가 물갈이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이전 1박2일의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자신들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들이 행하는 미션의 대부분은 시즌1에서 반복되었던 것이고, 여행의 포맷은 물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심지어 각종 효과음과 자막의 폰트까지도 동일한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전작과 동일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이런 식의 전작과의 동일화는 달라진 제작진,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하면서 기묘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습니다. 이전의 수많은 미션들은 그들 전임자들이 여러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와 가장 어울리는 것들을 엄선한 것들입니다. 이런 과제들을 새로운 멤버들에게 그대로 이식하면서 전혀 다른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매번 멤버들에게 굴욕에 가까운 무식 컨셉을 선사하고 그런 낮아짐으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혔던 퀴즈들은 새 멤버들의 우수함을 자랑하는 뽐내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실수와 짖궂음 투성이었던 각종 복불복들은 배우들의 진지함으로 인해 특유의 긴장보다는 어색함으로 기존 멤버들의 오버를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한 과정이겠지만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이런 시정과 조정의 과정은 분명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서로 합이 맞아야 하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깊어져야 나올 수 있는 즐거움은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죠. 그렇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시정할 수 있는, 바꾸어야 하는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제작진의 부족함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진행과 편집의 문제. 특히 의미없이 남발되는 자막의 문제가 그것이죠. 1박2일 시즌1과 2의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차이는 바로 제작진의 역량이 가장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인 센스없는 자막이에요.



1박2일 제작진이 전면으로 나서서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것은 나영석 PD나 지금의 새PD처럼 화면 안으로 들어와 운영하는 직접적인 프로그램 진행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매 화면의 하단을 장식하는 자막입니다. 적절하게 내용을 해석하고 자신들의 의도를 설명해주고 각각의 캐릭터와 관계까지도 설정해주는 은근하지만 강력한 개입.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자막은 그 용도와 영향력이 막강한 제작진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1박2일의 제작진들은 이 무기를 전혀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여행 지역의 아름다움과 특색을 설명해주는 부분은 그나마 낫습니다. 이런 설명에는 평이한 부가 설명만으로도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반면 개개인의 캐릭터를 설정해주거나 이들의 행동에 의미를 담는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 지금의 제작진은 오그라드는 자화자찬이나 과도한 설명을 덧붙이는 경우가 허다하거나, 지나친 개입으로 시청자들의 생각의 여지를 줄이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우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현재 1박2일의 자막은 너무 조급하거나, 그 표현이 너무 유치하고 과도한 부분이 많아요.





애초에 자막이 유도하고자 하는 감정 이입과 공감보다는 너무 빈번하게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버리거나, 애써 모든 일들을 포장하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혼자서 오버한다는 느낌이 드는 사족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죠. 차라리 조금은 물러서고 자막을 자제하면서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금은 여유를 주는 것이 시청자들이 새로운 멤버들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의욕이 앞서는 것도, 빨리 연착륙시키고자하는 조급함도 알겠지만 지금 제작진의 자막 욕심은 너무 지나처요.




지난 3주간의 방송을 보더라도 다행히도 시청자들은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무작정 여유를 부리는 것은 문제겠지만, 과도하게 시청자들에게 무엇인가를 주입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해도 된다는거에요. 오히려 이런 과욕이, 그리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이루려는 조급함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부를지도 모릅니다. 하나씩 차분하고 꾸준하게, 그리고 친근하고 낮아짐으로 다가가는 것이 지름길일 겁니다. 다른 리얼 버라리어티와 1박2일의 차이점은 바로 이런 사람냄새, 과도하게 꾸미지 않는 재미에 있습니다. 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겉으로만 드러나는 미션이나 효과음만 따라가기에 급급한다면 시즌2의 성공은 결코 보장받지 못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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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예상 가능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결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별다른 반전이나 깜짝 쇼도 없는 조용한 결말이었죠. 양명과 중전, 윤대평과 그 무리들처럼 죽을 것이라고 예고되었던 이들은 줄초상을 맞이했습니다. 중전의 자리는 본래의 주인인 연우에게 돌아왔습니다. 민화 공주는 죄의 대가를 치루고 용서를 받았구요. 다소 밋밋하기는 하지만 크게 불만을 가지기도 어려운, 원작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안전한 끝맺음. 시청률 40%를 넘나든 화제작의 마지막 1시간은 격렬하기보다는 편안한 연착륙이었어요.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전날 방송의 숨 가쁜 내용 전개에 비해 마지막 국면의 흐름은 극의 하이라이트인 양명의 반란이 마무리된 이후 예정된 결말을 향한 다소 늘어지는 속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연성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아쉬운 완성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역모의 장면은 군사의 수도, 그들을 동원한 방식의 세밀함도 부족함 투성이었으니까요. 국가의 명운을 다투는 대사를 이다지도 허술하게 준비하는 반란군이나 20회 내내 외척 세력에게 끌려 다니던 휜이 무슨 힘으로 깔끔하게 매조지할 수 있는 세력을 준비할 수 있었는지, 무엇보다도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죽기 위해 마련한 자의적인 양명의 최후 장면은 너무 지나쳤습니다. 하나하나 따지다보면 너무 헐거운 이음새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런 모든 허물들을 덮어준 것은 배우들의 열연입니다. 김수현은 이제 성인 연기자로서 자신의 프로필을 찬란하게 빛내줄 작품을 만났고, 당당한 주연의 무게감을 자랑했습니다. 하이킥의 화려한 등장 이후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정일우는 쾌남아 양명으로 반등의 기회를 잡으며 연기자로서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죠. 해품달 성공의 일등 공신인 김영애와 김응수의 악역 콤비, 정은표나 전미선을 비롯한 관록의 배우들이 보여준 명품 연기도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선물은 김유정과 여진구를 비롯한 여러 아역들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 것이에요.




그리고 한가인이 남습니다. 해품달의 엄청난 성공이 그녀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오랜 연기자 활동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인상적인 성공작을 가지지 못했던 그녀는 드디어 시청률 40%의 초대형 히트작을 자신의 출연작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그것도 여자 주인공의 자리를 수행했고, 첫 번째 사극 나들이였다는 점에서 그녀의 출연은 무척이나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그렇지만 그녀의 총기는 캐스팅의 선택 이후에 급격하게 사그러들었습니다. 미모는 다시 한 번 인정받았을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이어진 발연기 논란과 실망스러운 배역 소화 능력은 연기자로서의 역량을 의심받게 만들었으니까요.




이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자 해품달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한가인의 연우는 마지막까지도 결국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았습니다. 일의 매듭을 풀고, 드디어 가족과 해우를 하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못하는 동일한 밋밋한 톤으로 감동의 포인트를 까먹어 버렸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을 보고 오열하는 어머니 앞에서도, 스승이자 친구였던 오라버니 앞에서도, 원수이자 친구였던 시누이 공주 앞에서도, 심지어 중전이 되어 휜과 첫날밤을 보내는 순간에도 한가인의 연우는 똑같이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할 뿐입니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2012/02/09 - 해품달, 왕따 자초한 연기력, 약점이 들통났다.) 전 한가인의 연우에게선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요.



이미 다 끝난 마당에 왜 마지막까지 지적질이냐구요? 하지만 좋은 것이 좋은 것이고,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지나가면 된 것이라 넘어간다면 우린 또 다시 훌륭한 드라마에서 천만원대의 출연료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제 역할을 찾지 못하는 연기자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미흡하고 실망스러운 것은 그것대로 평을 하고 기억하는 것이 또 다른 참사를 막는 일이니까요. 해품달이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한가인의 연우였습니다. 부디 이런 식의 미스 캐스팅은 다른 작품에선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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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더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쉽게 빠지고 마는 이유 없는 연장 결정에는 결사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애초의 계획을 벗어나 완성도를 저해하는 시간끌기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돈벌이로만 이용하려는 꼼수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해를 품은 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고 있자면 이 작품에게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마지막 회를 앞둔 1회의 내용에 너무나도 많은 내용들을 성급하게 쏟아냈고, 충분히 담아야 했던 의미와 즐거움을 포기해버렸으니까요.


 



원작에서 가장 절절한 사연을 품고 사라진 설에게는 조금 더 감정을 쌓을 수 있는 여백이 주어졌어야 합니다. 화염에게 달려드는 눈송이의 운명을 가진 그녀의 가슴 속 아픔과 순정을 보여주기엔, 그동안 이 드라마는 염을 향한 설의 마음을 너무 소극적으로 부각시켰습니다. 자객의 칼을 맞고 쓰러져 염의 품에 안긴 마지막에 와서야 긴 독백과 고백으로 슬픔을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원작의 내용을 접하지 못하고 드라마만을 시청한 이들에게 설이 염에게 품고 있던 연정의 깊이와 애절함이 전달되기엔 그동안 너무나 많은 내용과 감정들이 생략되어 있었어요.


운의 사연은 또 어떠합니까. 서자의 신분으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오랫동안 연모해왔던 연우에 대한 마음마저도 접어야만 했던 이 그늘 속 사나이의 삶 역시도 너무나 간편하게 정리되어 버렸습니다. 양명과 운, 염 이 세 사람의 연대와 우정의 온기도 드라마 초기에서 잠시 언급되었을 뿐, 이후에는 별다른 진척도 부각도 되지 않고 제거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운을 묘사해주는 차포가 다 떨어지고 남은 것은 양명대군과의 우정과 주군인 휜을 향한 충성 사이에서의 갈등이란 단순한 대립구도 밖에는 없습니다. 지금 해품달의 운은 그저 말없이 우직한 보디가드일 뿐이에요.





이렇게 여러 사연들이 급하게 마무리되는 와중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개연성과 현실감도 삐걱거립니다. 아무리 실각했다고는 하지만 왕실의 큰 어른인 대왕대비가 독살 당했건만 진상 조사에 대한 분부, 적어도 장례나 삼년상 같은 애도의 움직임은 낌새도 보이지 않고, 궁중에는 별다른 영향도 미치지 못할 뿐더러 이에 대한 반응도 전무합니다. 왕의 종친인 공주와 염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필요한 내용만이 부각되고 나머지 잔가지 내용들은 과감하게 생략되고 무시당합니다. 이를 통해 얻은 것은 속도감과 긴장감이지만 그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재미와 감동의 코드, 현실감과 설득력의 손해도 만만치 않아요.



결국 남은 것은 단 하나. 사랑하는 동생을 향해 칼을 겨눈 양명의 마지막 운명과 훤과 연우의 결말뿐입니다. 그리고 이 예정된 해피엔딩을 위한 뻔 하지만 작은 수수께끼이자 반전의 열쇠를 숨겨 두었구요. 바로 양명이 먼저 수결하며 모반의 참가자들에게 작성하게 만든 명부책. 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양명이 휜의 탄탄한 왕권과 찬란한 미래를 위해 남겨준 피투성이의 선물이죠. 양명은 휜의 손에 최후를 맞이할 것이고, 수괴인 윤대평의 이름이 떡하기 기록되어 있는 형이 남겨준 반란자들의 명단은 휜이 제거해야 하는 인물들을 명확하게 알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처단과 감별 뒤에 연우는 자신의 자리인 중전의 위치를 회복할 것이구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편리하고 안전한 결말이죠.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예측 가능한 무난함이, 잔가지에 집중하는 세심함보다는 선이 굵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과감함이 해품달이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장점이기도 할 것입니다. 비록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뚝심 있게 휜과 연우의 로맨스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의외의 반전이나 강도 높은 추리게임보다는 어느 정도 긴장감만을 유지시키는 수준의 의문을 품게 해주는 것이 시청자들의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해준 것이죠. 방송 재개와 함께 결말을 앞둔 마지막 직전의 한 시간은 바로 이런 해품달의 미덕을 보여주는 내용 전개였습니다.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하다고 해도 마지막 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하는 힘. 해품달은 바로 그런 매력을 가진 드라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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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즐길 때 유의해야 하는 문제. 우리는 너무나 손쉽게 정의의 편에서 감정이입을 하는 통에 그 작품의 성공 여부가 결국은 승리할 주인공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호소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격렬한 격돌이 일어나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가장 빛이 나야 하는 이는 어차피 최종 승리를 쟁취하게 되어 대리 만족을 줄 정의의 사도이기 때문이죠. 얼마나 멋들어진 주인공을 발굴하고,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느냐에 따라 작품의 인기가 좌우된다고 믿는 것이죠.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완전무결의 찬란한 주인공을 만들어 주는 것은 대척점에 서 있는 악의 화신입니다. 악과 비리, 부정과 타락을 일삼는 이의 존재감과 설득력이야말로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중요한 핵심적인 자리라는 것이죠. 정의를 포장하는 것은 쉽습니다. 응당 그렇게 되어야 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요. 워낙 어수선한 세상이고, 착한 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간직하며 사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그러진 세태라고는 하지만, 그가 올바른 길을 택하고 그 의지를 꺾지 않으며 사는 정의로운 삶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자체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당연한 상식입니다. 정의의 주인공을 구성하기 위한 명분 쌓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반면 악역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왜 어두움의 진영에 속할 수 밖에 없었는지. 탐욕과 욕망에 자기 자신을 모두 던져 버리며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악행을 거듭하는 타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선 필요한 장치들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사람이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내면의 아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권력, 혹은 사랑에의 욕망 같은 명분이 주어져야 합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악의 선택지로 등을 떠밀었던 이해할 수 있는 상황 묘사도 중요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그런 추악한 욕망 덩어리 자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줄 배우가 필요합니다. 해품달의 엄청난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살아 숨쉬는 악역을 구현해준 배우를 찾았다는 것이에요. 바로 김응수. 이 남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남자에게 향하는 찬사는 너무나도 미약합니다. 너무 당연한 기대치였기에 반응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유사한 배역을 여러 차례에 걸쳐 선보였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일까요? 물론 그는 추노에서도 가장 강력한 거악의 상징을 연기했었고 여러 편의 영화에서도 더 이상 악독할 수 없는 악역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를 품은 달에서 이 남자의 역량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에요. 1인자이면서도 2인자, 가장 비열하고 집요하면서도 제일 품이 넓은 기다림과 치밀함을 보이는 악인. 해품달의 이야기를 꾸미는 가장 강력한 축은 바로 김응수가 연기하는 영의정이거든요.





물론 어린 연인을 갈라놓은 비극의 시발점이자, 악의 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은 김영애가 연기하는 대왕대비입니다. 정통 적자에게 집착하는 모성과 자기 집안의 안위를 생각하는 탐욕이 절묘하게 어울러진 그녀의 연기는 여성 특유의 감성과 집착과 함께 내뿜어지면서 훤과 연우가 극복하기 어려운 암담한 장벽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그녀의 악독이 할머니나 궁중의 머리로서의 권위, 핏줄의 힘에 의지한 것이고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주술의 힘에 의지하는 것이라면 영의정 김응수의 연기 호흡은 보다 조직적이고 대범하며 절묘합니다. 김영애의 힘이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일 필요가 없는 당당함이라면, 김응수의 악은 어떤 때에는 고개를 조아리고 어떤 이에게는 가차없이 칼을 휘두르는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포기하지 않는 남자는 왕족에게는 친근함과 은은함을, 자기 사람에게는 큰 어른으로서의 풍모를, 적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러 가지 모습을 다양하게 배치시킵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함에도 각 면모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유려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욕망을 구성하죠. 휜에게 있어서 완전한 고립과 절망을 느끼게 해준 제일 강력한 적은 바로 영의정 김응수의 존재감이에요. 이런 거대한 적의 존재가 없다면 김수현의 분노와 고뇌, 오열과 의지는 결코 나올 수 없습니다. 해품달에서 김수현을 키우고 그 절절함을 살려준 것은 바로 김응수의 연기력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마지막까지 양명을 끌고 들어가 찝찝한 해피엔딩을 선사할 이 남자는 언제나 그 차기작이 기다려지는 연기력의 보증수표입니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모든 찬사는 그를 상대했던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의 것이었죠. 마땅히 이 괴물 같은 배우는 그 노력과 역량에 걸맞은 칭찬과 찬사를 받아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해품달이 종영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일 많은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김응수. 이 우직한 악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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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프로그램의 생명력이 조금씩 사그라지는 기점은 시청률의 하락이나 몇몇 멤버나 구성원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는, 그렇게 가시적으로 파악이 가능한 사건사고의 순간이 아닙니다. 언론에서 흔히들 떠들어대는 그런 식의 논란이나 위기설은 금세 또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는 일들로 묻히거나, 제작진과 출연진이 힘을 합치는 절치부심의 노력과 기발한 발상으로 시청자들의 호응과 신뢰를 되찾는 반등으로 만회가 가능한, 그야말로 위태로운 기회니까요.




오히려 프로그램이 붕괴와 폐지를 불러오는 진정한 문제는 바로 동력과 명분, 아이디어와 발전의 상실입니다. 더 이상 이 프로그램이 다른 경쟁 방송들과 차별성을 가질 변별력이나 개성이 사라지고 왜 이 방송이 계속 지속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찾아올 때 시작된다는 거죠. 매번 어디선가 본 아이템들이 반복되고, 바꾼 것이라고 내놓은 것들도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하는 쇠퇴의 반복. 지금이야 그동안 쌓아온 인기와 시청자들의 정으로 어떻게 겨우겨우 유지가 되는 것 같이 보여도, 이런 활력이 사라져버린 프로그램에겐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일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남자의 자격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나면서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기 자리만을 맴돌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김성민의 대형 사고로 인한 불미스러운 퇴출, 이정진의 연기 전업을 위한 하차, 담당 PD와 핵심 제작진의 종편행으로 인한 교체, 새로운 멤버들의 적응 실패까지 연이은 가혹한 문제들은 이 프로그램의 활력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남자의 자격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미덕들은 사라지고, 잘나가는 익숙한 꼭지들만 조금씩 손을 보며 반복하는 식상함만 계속되고 있거든요.




매년 반복했던 친구들과 함께 한 송년특집, 무한도전에서 이미 시도했던 식스팩 특집, 몇 번이고 되풀이 했던 친구와 함께 하는 꼭지들. 최근 남자의 자격이 방송했던 내용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이미 방송했거나, 혹은 다른 프로그램들 (특히 그들의 본류인 무한도전으로부터) 차용해 온 소재들이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발명 특집 역시도 꼬꼬면으로 대박을 쳤던 라면 특집의 범주, 일반인의 일상에서의 발견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그다지 다르지 않아요. 나오는 사람들만 조금씩 다르고, 약간의 양념만 가미될 뿐이지 그 내용이 그 내용인 쳇바퀴돌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저 멤버들의 힘, 그들의 캐릭터와 개인 역량에 의지해서 어떻게든 내용을 끌고 나가고 있지만 그 힘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이 주에 걸쳐 방송된 워너비, 혹은 멘토 특집 역시도 이번이 세 번째인 상담 컨셉의 반복입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특별 강의, 형님이라며 학교를 찾아갔던 1대1 고민 상담, 그리고 이번 특강 역시도 동일한 것의 자기 복제였어요. 남격만이 가진 연륜과 경험의 나눔이라는 그들만의 강점이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그냥 똑같은 형식의 방송이 너무나 자주, 동일하게 반복되는 것은 제작진의 역량과 고민의 부재를 지적할 수 없어요. 그러니 강의의 내용이나 질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울림의 크기도 점점 더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우린 이런 남격 멤버들의 인생이 전해주는 감동과 지혜를 벌써 세 번이나 접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처음 특강 때는 늙은 광대의 비애와 의지를 강하게 전달해주었던 이경규나 위대한 탄생의 멘토로서의 기운을 그대로 연결하며 따스한 형님의 충고를 말해주었던 김태원의 말도 이번 방송에서는 그 빛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냥 식상한 이야기의 반복, 혹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이야기의 나열이었으니까요. 그나마 제작진을 구원해 준 것은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깊이를 보여준 김국진의 따스한 위로,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의 비애를 절절하게 보여준 윤형빈의 솔직한 토로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개개인의 빛나는 역량에 비해 실제로 제작진이 했던 것은 거의 없었어요. 부끄러운 제작진과 빛나는 출연진. 이번 특집을 요약하면 딱 이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아요.





이런 식의 포맷 베끼기와 자기복제의 반복, 그리고 출연진에게만 많은 책임을 전가하는 의존은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남격이 가진 장점은 여전히 강렬합니다. 그들이 아니면 이야기하기 힘든 아저씨들의 버라이어티. 조금은 활동력이 부족하고, 파격과 기발함이 모자라지만 시청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도전을 권유하는 느긋한 발걸음. 그리고 인생의 깊이와 지혜를 나누며 짐짓 넉살과 여유를 부리는 약간은 비어있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남격의 미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남자의 자격은 그런 미덕보다는 과거의 잘나가는 것들만을 반복하며 그동안 쌓아놓은 재산들을 스스로 까먹고 있습니다. 김국진의 이야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해 주었지만, 그런 작은 성공에 만족한다면 이 프로그램은 점점 더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릴 것입니다. 위기는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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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것은 알겠습니다. 격이 없게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막역함이 그런 발언도 면전에서 할 수 있게 해주었겠죠. 따지고 보면 당사자를 높여주기 위한 칭찬이었을 것이고, 촬영 이후에도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기에 편집 과정에서도 거르지 않고 방송되었을 겁니다. 이런 식의 개인 신변 털어 놓기 라든지 다른 이와의 친분 과시하기가 방송에선 늘 반복되는 것이기에 굳이 특정한 몇몇 발언이나 묘사한 상황만을 강조해서 꼬집는 것이 과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당사자가 옥주현이기 때문에 더욱 더 불편해 보였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고 감안한다고 해도 이효리의 절친 자격으로 출연한 옥주현이 털어놓은 이야기들이 보기 좋아 보이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발언의 수위에 있어서도, 그 목적을 따져 보아도, 출연한 배경과 방송의 설정을 살펴본다고 해도 여러모로 뜬금없고 의미를 찾기 힘든 이상한 폭로와 칭찬이었어요. 이번 주 방송은 매주 반복되는 평범한 내용이 아닌 해피투게더의 무려 10주년 기념 방송이었거든요. 왜 그녀가 나와서 굳이 그런 민감하고 민망한 내용들을 쏟아내야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아니, 제작진들이 왜 그녀를 초대했는지 모르겠더군요.





지난주의 특집은 해피투게더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깔끔한 구성이었습니다. 신동엽과 탁재훈을 비롯해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MC들과 함께 과거를 추억하고, 여전히 녹슬지 않은 입담을 자랑하는 자리는 해피투게더가 아니면 쉽게 마련하기 힘든 멋진 수다잔치였었죠. 이런 쟁쟁한 MC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존재감을 뽐냈던 이효리의 모습도 재미있었고, 그녀와 함께 쿵짝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유진의 재치도, 비록 전화 통화이기는 했지만 목소리로 소식을 알려준 김아중과 김제동 역시도 당연한 등장이었습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에 걸맞은 적절한 구성이었어요. 유일한 흠이라면, 왜 출연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M4의 뻘쭘한 방청객놀이였었죠.


그런데 이런 맛깔 나는 말잔치가 몇몇 초대 손님들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일그러져 버렸습니다. 선배들의 버라이어티 진행 능력을 배우며 방청객 리액션을 하던 M4야 기존의 출연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받아준다 해도, 옥주현과 우희진은 왜 등장한 것이죠? 해피투게더 프랜즈의 재현이라고는 하지만 그 방향이 친구에 대한 과거사 폭로로 치우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골고루 배분되었던 토크의 분량이 이들의 등장으로 갑자기 신동엽과 이효리에게 치우쳐져 버렸으니까요. 탁재훈은 또 다시 승승장구의 보조 MC처럼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가뜩이나 말 한 마디 못하던 M4는 화면에서도 사라져버리고 아야 김준호만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럴 양이면 그냥 신동엽 이효리만 출연하는 것이 나았어요.





그중에서도 옥주현이 털어 놓은 핑클의 옛날 시절 다른 연예인들에게 연락을 받은 이야기라던 지, 목욕탕에서 이효리의 몸매에 감탄했다는 식의 발언은 기존의 해피 투게더의 색깔과도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폭로였습니다. 자극적인 과거사 털어놓기는 다른 토크쇼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해피투게더의 가장 큰 미덕이자 10년간의 긴 시간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힘은 부담 없는 수다와 편안한 대화였어요. 이런 프로그램의 10주년 기념 파티에서 왜 과거 폭로를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런 개연성 없이 그저 시청자들만 민망하게 한 발언들. 그렇기에 별로였습니다. 이후 이어졌던 돌아온 쟁반노래방은 추억을 만나게 해주었기에 분명 반가웠고, 신동엽의 짓궂음도 반가웠지만, 엉뚱한 초대 손님이 망쳐버린 분위기와 찝찝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어요. 이런 덜컹거림은 비단 옥주현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근래의 해피투게더는 DJ doc의 명예훼손 사건, 최효종의 폄하 발언 논란처럼 이전에는 없었던 설화가 지나치게 자주 나오고 있어요. 이건 초대손님들의 자질이나 발언의 수위도 문제지만 제작진의 촬영 이후 검열과 방향 설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입니다. 목욕탕에서 두런두런 앉아서 편하게 이야기를 하던 분위기가 독하고 자극적인 발언들로 채워지는 것은, 그래서 다른 토크쇼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요. 10주년을 맞이 하는 지금, 해피투게더는 자신들의 방향에 대해 분명한 돌아보기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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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이야 어떠하든지 간에 모든 일에는 그 목적을 표장하기 위한 명분이 있고 정당화를 위한 근거가 있는 법입니다. 서로가 대립하는 가치나 이익을 추구하거나, 누군가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격돌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의 대립과 정당화는 더욱 더 격렬하게 부딪치기 마련이구요. 승부의 성패는 누가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여 눌러 이기느냐, 결국 누가 더 쎄냐라는 단순한 우열 따지기로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라 해도, 명분과 정당화의 격돌은 최종적인 승리를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거든요. 의미 없는 승리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또 다른 반발로 인해 뒤집히기 일쑤니까요.




MBC의 파업이 예상했던 대로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사태 수습이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각종 징계를 통한 사측의 압박과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고강도의 탄압이 이어지고 있죠. 그와 동시에 이번 저항의 움직임은 KBS와 YTN, 연합뉴스로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어 이 문제는 현정부가 언론을 권력의 도구로서 사용하고자 했던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한, 그리고 방송사와 언론이 본래의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위치를 되찾고자 하는 광범위한 저항 운동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많이 벌고 많이 얻어내기 위해 사측과 대립하는 밥그릇 싸움이 아닌,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가치의 문제. 존재의 싸움이 된 것이죠.


이 저항의 대오엔 지위여하가 없습니다. 저항의 시발점이었던 보도국의 사람들에서부터, 국장급의 고위층은 물론이고, 회사의 간판이었던 아나운서들, 제작의 핵심인 PD들을 위시한 작가진과 촬영 스텝들까지 MBC를 구성하는 중추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죠. 이들이 비운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서 별의 별 재방송과 특집 방송들이 전파를 타고 있고, 방송 화면의 하단에는 황급한 구인광고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그야말로 비상시국. 지금의 MBC는 겨우겨우 방송 내용을 메우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결국 현재 MBC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히트작 해를 품은 달까지 이번 파업 대열에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드라마가 작품 외적인 문제로 결방되는 초유의 사태. 작품의 선장인 김도훈 PD의 파업 동참 선언으로 종영을 불과 2회분을 남긴 상태에서 촬영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죠. 당장 이번 주 방송분은 스페셜 편성이라는 꼼수로 어떻게 넘어간다고 예고했지만, 파업의 장기화가 뻔 한 지금의 상황에서 이 작품의 결말이 언제 방송을 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훤과 연우 두 사람의 사랑의 결착은 양명의 결단이나 영의정의 반란, 혹은 바른 정치를 향한 훤의 확고한 의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 MBC 사장님의 결정에 달린 문제가 되어 버렸어요.


그동안 파업에 맞서는 자신의 정당성과 명분으로 해품달의 인기, 무한도전이나 나는 가수다의 선전을 내세웠던 사장님의 명분에 뒤통수를 때린 파업 동참 결정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은 홍철과 하하의 대결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김태호 PD의 파업 참가 동영상을 보고 있고, 김영희 PD의 복귀로 시즌2을 예고했던 나가수는 이젠 화제에서도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품달을 비롯한 드라마들까지 휴업을 선언한 지금 더 이상 사장님이 자신의 덕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지 않아요. 이들 프로그램의 인기와 시청자들의 성원은 결코 사장님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며 그들이 직접 항변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물론 이러한 격렬한 저항과 올바른 요구에도 불구하고 MBC를 비롯한 방송언론 바로세우기라는 목표의 달성은 여전히 긴 시간과 인내, 고통을 감내한다 해도 이루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절대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또 다시 좌절하고 원상태로 돌아가는 아픔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기다리고 갈망해야 하는 것은 해품달의 결말이 아닌, MBC의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결승점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의 급작스러운 결방은 아쉬울 따름이지만, 보다 큰 목표와 명분을 위해 시청률도 포기한 이들의 파업을 격렬하게 지지합니다. 사장님의 얼얼해진 뒤통수는, 시청자들의 거센 분노와 저항 때문에 더욱 더 쌔게 얻어맞게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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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타이밍. 의도한 것이든, 우연의 일치였든 간에 시간만으로 본다면 K팝스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찾기 어려웠을 겁니다. 길었던 예비 선발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출발이라고 해야 할 TOP10의 생방송 무대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동시간대의 경쟁자들은 모두 1박2일 시즌 2처럼 새롭게 출발하는 불안함, 나는 가수들처럼 내부 정리와 사내 분규로 인한 휴식이란 각자의 자체적인 문제들과 싸우고 있으니까요. 1박2일의 압도적인 지배력이 사라진 일요일 저녁 예능 전쟁터에서 단번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타이밍. 지금 K팝스타가 획득한 기회는 결코 흔한 것이 아닙니다.




첫 생방송을 시작하며 준비했던 미션의 선택 역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실력. 참가자들의 개인사에 대한 외면으로 일관했던 K팝스타는 첫 번째 음악 미션으로 각자의 인생사를 설명할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들의 선곡 내력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개개인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었고, 시청자들이 도전자 모두의 노래 속에서 또 다른 감정이입과 응원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죠.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실력만큼이나 사람이 좋아서 열광하고 그 결과에 집중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좋은 조건과 설정에도 불구하고, K팝스타의 첫 생방송 무대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더군요. 다른 누구의 탓을 할 것도 없이,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자체적으로 준비했어야할 기본적인 미덕과 강조점은 사라져버렸고, 예선전부터 수차례 지적되었던 것과 같이 차곡차곡 쌓아온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버렸고, 시청자에게 친근감을 유도하고 거리감을 해소하려 했던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난 결과는 도리어 반발만을 불러왔습니다. K팝스타로서는 앞으로의 대장정을 앞두고, 가장 안 좋은 출발을 한 셈이에요.


전체적인 문제는 속도감과 긴장감의 상실입니다. 윤도현은 좋은 공개 프로그램 진행자이지만 그의 수더분한 장점은 격렬한 경쟁을 이완시킬 수는 있지만 서바이벌의 잔인함과 숨 가쁨의 정도를 세련되게 조율하기엔 너무 요령이 부족합니다. 생방송이기에 시간 배율과 분량 조정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을 깔끔하게 정제되어 각 마디를 나누고,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엔 아쉬운 진행자란 것이죠. 실제로 그가 방송 내내 건넨 진행 멘트들 중에서 시청자들과 심리적인 밀당을 하면서도 전체적인 호흡을 조절했던 것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슈퍼스타K 60초의 남자 김성주가 가진 역량과 장점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차이였어요. 물론 이런 아쉬움은 갑자기 등 떠밀리듯이 진행 마이크를 잡게 된 위대한 탄생의 박미선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지적입니다. 서바이벌 생방송 진행은 아무나 맡는 것이 아니에요.




이런 진행의 미숙은 쓸데없이 늘어지는 등장 소개 영상, 산만하고 정돈되지 못한 어설픔을 보여준 보조 MC 붐의 경험 부족, 심사위원들의 정돈되지 않고 각각의 시간배율도 되지 않아 부산스러운 평가 덕분에 더더욱 지루함을 더해주었습니다.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 과연 어떤 무대를 보여줄 것인지 순간순간이 기대되고 흥분되어야 하는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고 지겹게 느껴졌던 것은 이런 전체적인 호흡의 강약 조설 실패 때문입니다. 밥상을 잘 차려주어야 하는 제작진의 준비 부족, 혹은 생방송 서바이벌 경쟁을 해보지 못한 SBS 제작진의 경험의 미숙이 가져온 문제점이었죠.


그래도 노래만 잘 부른다면야, 출연자들의 무대만 훌륭하다면 이런 불편함과 미숙함은 단번에 해소될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K팝스타는 다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도 우월한 재능들이 몰려 있다는 기대와 평가를 받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이들의 무대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첫 생방송 무대를 치룬 나이 어린 재능들이기에 분명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을 감안한다고 해도 실망스러움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이전의 과정들에서의 모습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부족한 실력으로 첫 무대를 장식했으니까요.


 

이런 실망감은 선발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물론 제작진들 스스로가 자초한 일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솔로가수를 선별한다면서, 이들에게 주어졌던 선곡들 혹은 미션들은 너무나 많이 외국 곡에 의지했습니다. 더불어 그에 특화된 도전자들이 각광을 받고 선택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되짚어 보건데, 지금까지의 인상적인 무대들 중에서 국내 가요를 부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도전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 가요에 대한 이해나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재능들. 그런 상황에서 90년대의 곡을 소화하라는 첫 미션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리 만무했죠. 거기에 미숙한 편곡, 엉망인 음향 조건까지 겹치면서 원곡의 아름다움은 사라져버렸어요.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사고는 마지막에 터져 버렸습니다. 다른 모든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던 오뚝이 이정미가 가장 부정적이고 논란의 중심이 되어 있는 김나윤과의 마지막 선택 기로에서 탈락해버렸습니다. 각각의 출연자들에게 스토리텔링을 부가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이 결과 한방으로 완전히 망가져 버린 것이죠. 그나마 김나윤의 무대가 납득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면 좋았겠지만 교포 발음으로 노래가 아닌 치어리딩을 선보인, 차라리 대형사고와도 같은 무대를 보여준 그녀의 실력이 과연 이정미를 누르고 생존할 만큼의 것이었는지는 의문이에요.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첫 방송에서 발견된 미숙한 부분은 경쟁이 진행될 수록 조금씩 보완될 것이고, 논란과 불만은 어쩌면 또 다른 면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K팝스타의 첫 생방송은 엄청나게 많은 과제들을 남기고 마무리되었습니다. 소문난 잔치를 홍보한 것까지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잔칫상에는 별것이 없었단 거죠. 일요일 밤의 1인자가 될 수 있는 지금의 좋은 환경은 결코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이런 호기를 놓쳐버린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K팝스타 자신의 한계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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