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사실 선덕여왕의 기세 앞에서 새로운 드라마, 그것도 시청자들에겐 낯선 스포츠 에이전트와 이종 격투기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가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겠죠. 아무리 여름 한철을 맞아 멋진 몸매의 남자 출연진과 연예부 기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손담비를 전면에 내새운다 해도 한번 흐름을 타기 시작한 사극의 압도적인 힘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고작 3회에 방송밖에 되지 않았지만 SBS의 ‘드림’은 예고된 실패의 길속에서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느냐, 그 와중에 얼마만큼의 선전을 보여주느냐가 드라마의 명운을 가를 거예요. 그리고 전, 이 이야기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이자 주목할 만한 가치는 메인 타이틀을 걸고 힘겹게 발을 내딛고 있는 주진모도, 방송이 끝나자마자 등장하는 분량의 2만 배는 되어 보이는 양의 기사들을 쏟아내는 손담비도 아닌, 또 다시 새로운 이미지를 자신에게 차근차근 덧입히고 있는 재기 넘치는 젊은 배우 김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정말 특별한 배우에요.

 



공전의 히트와 열광을 쏟아냈던 ‘꽃보다 남자’의 기억도 이제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하는 지금, 이 열기에 힘입어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제각기입니다. 금잔디 구혜선은 연예계의 젊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되려는 듯 스스로의 영역을 한없이 늘려나가고 있고, 정반대로 가장 주목받았던 이민호는 건강상의 문제와 겹치면서 여전히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죠. 태생이 가수였던 김현중과 김준이 각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일본진출과 음반활동에 바쁜 사이, 이들중 가장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김범은 이번에도 역시 이전 출연작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배반하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드림’은 언론들이 소란스럽게 떠들어대는 것처럼 섹시 가수 손담비의 연기데뷔작이 아닌 꽃남 김범이 야성미를 각성시키는 드라마가 될 공산이 커요.



이제 그의 얼굴과 연기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의 하숙범을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이십줄에 들어선 젊은 배우, 아니 아직 어린 배우인 그의 프로필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소화했던 수많은 캐릭터들의 다채로움과 복잡함, 그리고 그것을 충분하게 소화해내는 이 욕심꾸러기 배우의 역량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진중하며 가벼우면서 동시에 치열하고 강인한 모습을 모두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는,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연기자들과 비교해도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연기자에요. 철저히, 그리고 무섭게 단련된 김범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가 과연 어떤 배우로 성장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번 ‘드림’으로 그는 또 다른 얼굴인 반항과 야성미를 새로 습득하고 있습니다. 이미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의 아역으로 나오면서 오히려 송승헌을 압도하는 듯한 강렬한 눈빛을 우리에게 살짝 선보였던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버림받은 자, 낙오한 패배자에서 자신의 두 주먹만을 믿고 다시 올라서는 루저, 반항아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김범 같지만 김범 같지 않은, 하지만 나름의 설득력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말이죠. 극을 이끌어 가야하는 무게에 짓눌려 다소 힘겨워 보이는 주진모나 여전히 까메오 수준의 등장과 연기밖에 보이지 않는 손담비, 섹시함만을 내뿜고 있는 최여진에 비교하면 그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배우는 관록의 박상원 정도에 불과해요. 그만큼, 그는 이미 엄청나게 성장해버렸고 또 다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린 나이에 이정도의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가 우리에게 또 있었을까요? 그것도 누가 만들어주거나 억지로 이어붙인 이미지가 아닌, 스스로의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다양한 매력과 연기력을 자연스럽게 납득시킨 꾸준함과 성실함을 가진 젊은 배우가 있었는지, 전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래서 더더욱 그의 미래가, 그가 드림을 통해 또 어떤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것인지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그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반드시, 그리고 정말로 화려하고 오랫동안 꽃을 피울 테니까요. 우린, 그 시간을 위한 조용한 준비 작업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젊은 배우, 우리 범이의 유쾌한 변신을 즐기면서 말이에요.

저작자 표시
Posted by 들까마귀